“이사 1/3 이상을 중립지대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나와

“이사 1/3 이상을 중립지대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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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미래발전위원회에서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 정원의 1/3 이상을 가칭 ‘중립지대’ 이사로 할당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당별 추천이 아닌 정당 간 합의적 추천으로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사들로 이사진을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이하 발전위)는 방통위가 요청한 정책 과제를 논의하고, 그 결과를 방통위에 제출하기 위해 구성된 자문기구로 방송‧미디어, 법률, 경영‧회계, 시민‧사회 분야 18개 단체의 추천을 받은 위원들로 선정‧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분과별 회의를 열어 논의한 결과를 3월 29일 한국방송회관 3층에서 열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제작 자율성 제고 토론회’에서 발표했다.

발전위는 “현행법에 따르면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추천하거나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여당과 야당에서 이사 추천권을 분할해 행사하고 있어 정파성이 노골적”이라며 “정치적 후견주의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사회 정원의 1/3 이상 중립지대 이사진 설치 △이사진 임명 시 상호견제의 원칙 도입 △이사진 임기 교차제 및 연임 제한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중립지대’ 이사진는 총 정원의 1/3 이상으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이사들로 구성된다. 이들의 추천과 임명은 상호견제 원칙에 따라 방통위가 추천‧임명권을 행사할 경우, 중립지대 이사 추천권은 국회가 행사하도록 한다. 이때 국회는 학술‧직능‧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로부터 정원 이상의 후보 추천을 받아 추천한다. 반대로 국회가 추천‧임명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방통위에서 중립지대 이사를 추천한다. 또 KBS와 방송문화진흥회의 정원은 현행 11명과 9명에서 동일하게 13명으로 증원한다.

사장 후보자 결정 방식으로는 △재적 이사 2/3 이상의 찬성을 받는 특별다수제 도입 △특별다수제 도입 시 일정 기간이 경과해도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동일 후보에 대한 과반수 의결 가능 △현행과 같은 재적 이사 과반수 의결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발전위 전체위원장을 맡은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다양한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은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전체회의, 분과회의, 워크숍 등을 통해 치열하게 논의했다”며 “향후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방통위 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립지대 이사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대식 KBS 대외협력실 박사는 “발전위의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과연 중립지대 이사진이 중립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김 박사는 “학술이나 직능, 시민사회단체의 추천을 받는다고 했지만 결국 추천하는 주체는 방통위나 국회이기 때문에 정파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나눠먹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학술이나 직능, 시민사회단체가 직접 추천하고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또 “이사진 총 인원을 13명으로 제안했는데 기준이 뭔지 궁금하다”며 “현행 방송법에 보면 KBS 역할 규정이 총 36가지 영역으로 나와 있고, 이를 분야별로 정리하면 19개 분야인데 그렇다면 19명의 전문가로 구성하는 것은 어떠냐”고 덧붙였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중립지대 이사진 구성을 국민 참여 영역으로 남겨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중립지대 이사진이라는 아이디어는 참신한 것 같다”고 말한 뒤 “공영방송은 다양한 사회적 주체가 참여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중립지대 이사진 구성을 국민 투표 등 국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남겨둬도 괜찮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사진 연임 제한에 대해서는 “연임 반대 자체가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목표인지 모르겠다”며 “연속성 확보 측면에서 1번 연임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