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사실상 불허함에 따라 딜라이브의 매각 성공 가능성도 낮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불발이 오히려 딜라이브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딜라이브의 매각 작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도 위기에 몰렸던 딜라이브는 인수 금융 대주단에 속한 국민연금이 만기 3년 연장 조항을 포함한 채무조정안을 수용키로 결정하면서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국민연금,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국민은행, 새마을금고 등 인수 금융 대주단 21곳은 6월 27일 2조1,918억 원의 인수 금융 중 8,800억 원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나 전환사채(CB) 등의 형태로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대출금은 금리를 깎은 뒤 만기를 3년 연장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딜라이브는 매각 관련 합의체를 구성해 재매각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딜라이브는 지난 4월 씨앤앰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사물인터넷(IoT)부터 이사‧도우미‧육아 등 지역밀착형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데 이어 5월에는 넷플릭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각을 위한 몸값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명 변경과 사업 영역 확대라는 딜라이브의 공격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는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더라도 중심 사업은 케이블인데 케이블 산업 자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다른 사업자들이 딜라이브의 인수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딜라이브 관계자는 “케이블 산업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딜라이브는 가입자 수가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고 있고, 디지털 전환율도 70% 정도에 달해 앞으로 양방향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사업들을 진행해 나간다면 다른 사업자나 플랫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며 “충분히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성사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딜라이브 매각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가 성사됐으면 이에 대항하기 위해 딜라이브 인수를 고려하는 사업자들이 있었을 텐데 이마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딜라이브 인수에 선뜻 나설 사업자들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딜라이브 대주주들이 분할 매각을 고려하고 있고, 공정위 심사를 딜라이브에 적용했을 때 딜라이브의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무 재조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채권단 주도로 매각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매각을 추진하다는 계획인데 지역별로 분할 매각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매각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딜라이브의 매각 가능성을 아주 낮게만 볼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일부 매체에선 “공정위가 이번 심사에서 ‘두 회사가 합병해 시장점유율이 권역별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60%를 넘어서면 독과점’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 기준을 SK텔레콤과 딜라이브 M&A에 적용하면 딜라이브의 경우 팔아야 할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거의 없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CJ헬로비전보다는 딜라이브가 매각에 유리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M&A 시장이 한동안 침체 상황에 놓일 것이란 전망을 비롯해 시장 여건이 딜라이브 매각에 유리하지 않아 성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