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인터넷 언론의 등록 요건을 5인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월 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대다수 인터넷 언론이 5인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언론의 자유와 여론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은 인터넷 언론의 등록 요건을 ‘취재 및 편집 인력 3명 이상’에서 ‘취재 및 편집 인력 5명 이상’으로 늘리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공포되면 향후 등록하는 인터넷 언론은 물론 기존 인터넷 언론도 모두 취재 및 편집 인력을 5명 이상 상시 고용해야 언론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인터넷 신문사는 신문사 등록을 할 때 ‘취재 및 편집 인력 명부’ 제출 대신 상시 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한 가입 내역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4대 보험료를 납부하는 인력 5명을 고용하지 않으면 설립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면 취재 및 편집 인력 5명을 고용하기 어려운 지역 언론사나 1인 미디어 등은 언론사로 등록할 수 없어 문을 닫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 5,900여 개 중 약 85%의 언론사가 문을 닫게 되고, 언론진흥재단 역시 약 40%의 인터넷 신문사가 폐간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학계, 정치권에서도 이번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제도 진단과 대응 방안’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부여당이 노동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 개악을 자행했던 것과 똑같은 수법으로 언론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며 “정부가 말도 안 되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며 언론 통제에 집착하는 것은 집권을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 언론을 활용하려는 미련의 끈을 놓지 못하는 독재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자유인데 일정한 경제적 기반을 갖춘 개인이나 조직에게만 언론사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매우 불공정한 것”이라며 “인터넷 언론의 등록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허가제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반발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인터넷 언론 등록 요건이 헐거워 인터넷 언론이 난무하게 됐고, 이로 인해 사이비 언론이 급증해 이번 개정안으로 ‘어뷰징과 유사 언론 행위’를 해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최 교수는 “한국광고주협회가 유사 언론으로 꼽은 매체 중 5명 미만의 취재 인력을 두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어뷰징 문제를 발생시켜온 주범들은 소규모 언론사가 아닌 중대형 언론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닷컴’들이다”라며 문화부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문화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의 숨은 의도는 약 6,000여 개에 달하는 인터넷 언론 정리를 통해 언론 통제를 좀 더 쉽게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련 업계, 시민사회단체, 학계,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는 개정안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