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내년 초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미국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가격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커뮤니케이션 총괄 책임자는 “한국은 인터넷 환경도 잘 갖춰져 있고 해외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좋다면 당연히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방송 상품 가격이 낮다고 해서) 넷플릭스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부당한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가격 정책을 한국에서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7년 설립 후 10여 년 동안 우편 DVD 사업을 진행해온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인터넷망을 활용한 주문형 비디오(VOD) 사업을 시작하면서 미국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60여 개국에서 6,9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회원 수가 4,300만 명으로 아직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점차 해외 시장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의 뜨거운 감자인 넷플릭스가 9월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15) 개막식 기조 강연에서 한국 진출 계획을 공식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갑론을박을 벌이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의외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인 가격 경쟁력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처럼 저가화된 구조에서는 넷플릭스의 장점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어떠한 가격 정책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프리드랜드 총괄 책임자는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콘텐츠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한국 시장만을 위한 저가 정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독점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하우스 오브 카드>나 <마르코폴로> 등은 이미 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일반 콘텐츠와 달리 모든 에피소드를 사전 제작해 한 번에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넷플릭스 “국내 협력사 선정 논의 중”…“하지만 협력사 없이도 진출할 수 있어”
이날 프리드랜드 총괄 책임자는 또 다른 이슈인 국내 사업자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기존 방송사들은 우리가 누군지 잘 모르고 있다가 결과적으로 방송사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협력을 진행한다”며 국내 사업자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이동통신 사업자와의 협상에 대해선 “논의 중에 있지만 서비스 론칭 전까지는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넷플릭스가 9월부터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인터넷TV(IPTV) 플랫폼을 보유한 국내 이동통신 3사 등과 협업을 통해 국내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로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넷플릭스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매니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방대한 양의 글로벌한 콘텐츠를 국내 방송 사업자의 플랫폼을 통해 제공했을 때 다수 소비자들이 경쟁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국내 사업자와 손을 잡고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홍보했을 때 비로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가 협업 없이 자체 플랫폼만으로 진출할지 아니면 국내 사업자와의 협업을 통해 진출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까진 KT가 넷플릭스와의 논의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KT가 넷플릭스와 서비스 비용 등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KT에 성큼 다가선 만큼 KT도 뭔가 대응책을 만들고 있지 않겠느냐”며 KT와 넷플릭스의 협업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와의 협업 없이 자체 플랫폼으로 국내 진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프리드랜드 총괄 책임자는 “협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반드시 협력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사업자와의 협업이 한국 진출을 위한 필수조건이 아님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