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국내 방송 통신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SK텔레콤은 11월 2일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이외 잔여 지분 23.9%는 향후 주식매수선택권(콜옵션)과 주식매도선택권(풋옵션)을 통해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이렇게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를 확보하게 되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최대 주주가 된다. 또한 SK텔레콤은 전략적 제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CJ그룹 지주사인 CJ(주)에 1,500억 원 규모의 제3자 유산 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동시에 인터넷TV(IPTV)를 담당하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할 방침이다. SK브로드밴드는 비상장사로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된다. 합병 비율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1 대 0.4756554로 합병 법인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75.3%, CJ오쇼핑은 8.4%다. 합병과 관련된 모든 절차는 내년 상반기 안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CJ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각각 플랫폼과 콘텐츠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CJ헬로비전은 케이블 TV 410만 명, 초고속 인터넷 89만 명, 인터넷 전화 71만 명, 알뜰폰(MVNO) 88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SK텔레콤은 약 750만 명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확보해 KT에 이어 국내 유료방송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또한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도 50%를 회복해 이동통신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SK텔레콤 측은 “앞으로 케이블과 IPTV를 융합한 다양한 모델을 마련할 것”이라며 “고객들이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최고의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등 내년 미디어 시장이 격변할 것을 염두에 둔 SK텔레콤이 케이블 업계 1위를 인수함으로써 몸집을 키워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며 “이미 여러 가지 결합상품이 있지만 이번 인수로 SK텔레콤이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의 폭이 넓어진 만큼 유료방송 1위 업체인 KT 입장에서 볼 때는 상당히 위협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최종 인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제 이목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쏠리고 있다.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각각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규제를 받고 있어 미래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송법과 IPTV법에 따르면 인수합병 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미래부 장관은 합병 변경 허가, 변경 승인 및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60일 이내 처리해야 하고, IPTV법에 따른 합병 변경 허가도 90일 이내 처리해야 한다.
업계 전반에선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도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의 33%를 넘지 않기 때문에 미래부의 승인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방송 시장의 특수성이 변수가 될 수는 있다. 방송에서 중요시되는 공정성, 다양성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 역시 “합산 규제만을 놓고 봤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양사의 합병이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에 저해되지는 않는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래부가 추진해온 정책 방향을 미루어 볼 때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KT와 LG유플러스 등은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이통통신에 이어 유료방송 업계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하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로 유료방송까지 장악하려고 한다”며 “SK텔레콤의 지배력이 확대되면 유선에 이어 유료방송 서비스까지 무선의 끼어 팔기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우량 주파수인 800MHz 대역을 독점하고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시장 독점력을 유선 시장까지 확대한 데 이어 이번에는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까지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소비자 편익 저해, 무선 시장 지배력 전이에 따른 경쟁 활성화 저해와 불공정 행위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