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광고 안 된다”

“제목 광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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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을 고지할 수 있도록 한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놓고 날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협찬주의 명칭을 프로그램 제목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9월 7일 협찬주의 명칭을 제목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해 협찬의 정의와 허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협찬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명문화하는 등 현행 협찬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협찬주명 프로그램 제목 사용과 관련해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최 의원은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협찬의, 협찬에 의한, 협찬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격”이라며 이른바 제목 광고에 반대했다.

또 최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개정안에서는 협찬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는데 이는 최근 방통위가 ‘협찬고지’와 ‘협찬’을 구분해 적용함으로써 방송 공공성의 근간을 훼손하려고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방통위가 법적 규정의 모호성을 핑계로 보도프로그램이 협찬받는 것도 용인하고 정당이 협찬하는 것도 고지만 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없는 것처럼 더 이상 견강부회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현행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대체로 준용하되 방통위의 개정안과 달리 협찬주명 고지 위치를 화면 하단으로 고정했다. 다만 고지 1회당 20초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고지 시간을 협찬주 1건당 5초를 초과하지 못하되 1회당 30초로 확대했다. 이는 최근 드라마 등 방송에서 협찬주의 명칭을 제대로 인식하기조차 어려운 정도로 빠르게 자막이 지나가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외주 제작 프로그램의 제작 협찬을 받을 때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사가 아닌 방송사는 협찬을 받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여러 개의 코너로 이뤄지고 개별 코너를 외주사가 제작할 때도 마찬가지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최 의원은 “협찬은 프로그램 제작 재원 조달 여건이 열악한 프로그램 제작사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 지상파 방송사에게는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일정 제작비 규모 이상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에 한하여 협찬을 받도록 제한하고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지상파방송 등이 외주 제작 프로그램의 협찬을 자신들이 받거나 외주사들을 더 많은 협찬을 유치하도록 내몰아 그 중 제작비를 제외한 금액은 방송사가 수익으로 챙기는 등 협찬의 취지가 퇴색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8월 6일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협찬 고지에 관한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바 있다. 방통위는 “이미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선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에 협찬주명 등을 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방송 프로그램 제목에 협찬주명을 고지할 수 있도록 해 시청률이 낮아서 광고 판매가 어려운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방통위의 개정안이 확정된다면 사실상 ‘제목 광고’를 도입하는 것으로 방송 광고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가 개최한 ‘가상 광고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정과 협찬 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의 제작 활성화를 위해 제목 광고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광고주라면 당연히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선호할 것이고 결국 (방통위가) 기대하는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광고가 방송사의 절대적 재원이고 시청자에게 직접적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점이 있지만 제작자의 제작 자율성, 방송의 독립성, 시청권 등을 고려했을 때 광고가 방송에 깊이 개입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제목은 프로그램의 방향, 성격, 정체성 등을 보여주는 데 그것에 상품명을 넣는 것은 이를 훼손하는 것으로 차라리 이보다는 중간 광고가 합리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고 매출 급감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선 협찬 고지 규칙 개정 등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협찬 고지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간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