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구조사 무단 사용한 JTBC, 12억 배상하라”

법원 “출구조사 무단 사용한 JTBC, 12억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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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난해 6‧4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사전에 입수해 무단 사용한 종합편성채널 JTBC가 12억 원의 배상책임을 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이태수 부장판사)는 8월 21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JT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상파 3사에 4억 원씩 총 12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상파 3사는 출구조사 결과를 얻기 위해 24억 원 가까운 돈을 썼고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각서까지 쓰는 등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며 “출구조사 결과는 법률상 보호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JTBC는 출구조사 결과와 창출 과정에 어떤 기여도 한 적이 없으며 JTBC 소속 기자가 사적으로 이용하는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입수했다는 점 또한 공정한 거래 질서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JTBC의 행위가 언론계의 관행으로서 정당한 취재 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출구조사 결과를 지상파 3사보다 먼저 공개한 것은 출처를 표시했다 해도 형식적인 것에 불과해 정당한 인용 보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행위가 계속될 경우 언론사들은 더 이상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출구조사를 하지 않고 다른 언론사가 만든 정보에 무임승차하고자 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알 권리마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JTBC는 지난해 6월 실시된 지방선거 투표 종료 직후 4개 광역단체장에 대한 자체 예측 조사를 발효한 데 이어 오후 6시 0분 47초부터 지상파 출구조사의 광역단체장 1‧2위의 명단과 득표율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지상파 3사는 지난해 8월 28일 JTBC가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사전 도용했다며 고소장과 소장을 각각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다. 지상파 3사는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는 오랜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투입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영업 비밀’이자 ‘지적 재산’에 해당하는데 이를 JTBC가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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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월 29일 지상파 3사가 조사용역기관을 통해 만든 출구조사 결과를 미리 입수해 무단 사용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손석희 사장 등 JTBC 관계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JTBC 측은 “MBC 출구조사 보도가 나오고 나서 이를 인용 보도했으며 출처를 표기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경찰은 “JTBC가 내부 시스템에 조사 결과를 입력해 사용한 시점에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손 사장은 선거 한 달 전 선거 방송 담당자에게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사전에 입수하는 것을 전제로 방송 준비를 보고 받고 방송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JTBC가 출구조사 결과를 입수한 경위를 추적한 결과 모 언론사 기자 김모(38)씨가 그날 오후 5시 31분 동료인 또 다른 이모(30·여) 기자에게 SNS ‘카카오톡’을 통해 예측 조사 결과를 넘겼고, 이 기자가 다시 1분 후인 5시 32분 ‘마이피플’에 올린 내용을 JTBC 이모 기자가 회사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당시 모두 정치부 소속이었다. 경찰은 김 기자가 어떤 경로로 이 정보를 입수했는지 조사하려 했지만 김 기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아내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초기화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