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차기 정부에서는 플랫폼과 매체가 아니라 콘텐츠를 우선하고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형태의 미디어 전담 부처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신문협회가 3월 2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조직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맞은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에서 과학을 분리하고, 방송통신 분야를 규제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신문·출판 등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 일부를 통합해 미디어 전담 부처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플랫폼과 매체를 넘나들며 영역 없이 통합하고 융합하는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를 미래부 중심의 체제로 통제·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미디어 전담 부처의 핵심은 ‘콘텐츠’다. 김 교수는 “콘텐츠가 앞장서고 나머지가 따라가도록 해야 한다”며 매체·플랫폼의 구분 없이 모든 콘텐츠를 같은 선상에 두고 그 아래에 매체·플랫폼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신문사라고 해서 종이 신문의 뉴스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뉴스, 카드 뉴스, 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방송사, 통신사 등 다른 매체 역시 마찬가지다. 신문사는 글로 된 뉴스, 방송사는 영상으로 된 뉴스처럼 매체에 따라 콘텐츠의 특성이 결정되던 때는 지났으며, 지금처럼 방송, 통신, 신문, 인터넷 등 매체·플랫폼으로 산업을 구분하고 각 정책을 추진해서는 현실과 괴리될 뿐이라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이를 통해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신문사와 인터넷 포털사 간에는 콘텐츠의 가격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사는 포털사가 매년 거대한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스 전재료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지불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포털사는 신문사가 콘텐츠 제작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투자했는지, 어떻게 산출한 콘텐츠 비용인지 증거도 없이 콘텐츠 가격만 올리려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콘텐츠를 아우르는 정부 부처가 제대로 된 정보, 즉 신문사의 콘텐츠 제작 비용과 포털사의 뉴스를 통한 수익 등을 공유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만 정부가 도와준다면,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합당한 논리를 통해 시장 내에서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 교수는 미디어 전담 부처 외에 규제를 담당하는 합의제 기구로 방송통신위원회를 개편해 ‘공영미디어위원회’를 두고, 민영 미디어는 시장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도록 하고 공영 미디어는 이 기구의 규제로 공공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토론자로 참석한 심영섭 한국외대 강사는 “합의제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민영 미디어와 공영 미디어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디어의 균형 발전을 이끌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