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이어 인터넷 포털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도 연내 스마트TV 출시를 공언함에 따라 통신망 사용료를 둘러싼 제조사와 통신사 간의 갈등이 더 고조될 전망이다.
다음은 이용자들이 지상파 방송과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스마트TV 수신 장비(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셋톱박스)를 올 상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지난 14일 밝혔다. 다음은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가온미디어, 크루셜텍 등과 손잡고 스마트TV 사업을 위한 ‘다음TV’를 설립한 바 있다.
이번에 선보일 스마트TV의 가장 큰 특징은 방송과 인터넷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번 스마트TV 출시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PC 등 다양한 기기로 다음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N스크린 전략’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애플과 다음 등이 내놓는 스마트TV 자체가 통신망이 없으면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 스마트TV의 통신망 사용량(이하 트래픽)을 놓고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통신사인 KT 간 날선 신경전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KT는 스마트TV가 IPTV에 비해 5~15배 많은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애플리케이션 접속을 임의 차단했고,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TV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KT에 인터넷 이용비를 지불했는데 제조사에 또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받아쳤다. 양사간 분쟁은 5일 만에 일단 접속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됐지만 트래픽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통신사 측은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신망 과부하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스마트TV도 똑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망 중립성’ ‘종량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신임 위원장도 취임사를 통해 “망 중립성 문제는 스마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이슈인 만큼 각별히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통신사와 플랫폼, 콘텐츠 사업자의 망 이용 원칙을 정하는 ‘망 중립성’ 문제를 다룰 때는 국내 사정뿐 아니라 전 세계적 관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망 중립성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망 투자비 보전’에 대한 입장 차가 너무 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만큼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정책이 수립되어야겠지만 제조사와 통신사, 콘텐츠 공급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망 중립성 문제는 단시간 내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