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발신지=연합뉴스(서울)] 비교적 ‘일상’을 유지했던 방송가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속 나오면서 시상식 등 연말 행사도 취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TV 드라마와 예능은 영화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촬영 규모가 작고, 가요·공연계처럼 관객이 다수 모이는 것도 아니어서 해외 로케이션 등을 제외하고는 일정을 소화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드라마·예능 촬영장에서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특히 방송가 스태프와 보조출연자는 특성상 복수의 촬영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확진자가 나오면 여러 프로그램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23일부터 현재까지 10여 편의 드라마가 촬영을 중단했고, 이번 주에는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했던 아이돌 멤버들이 연이어 확진 판정을 받아 가요계까지 패닉에 빠졌다.
또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해왔던 TV조선 ‘미스터트롯’ 톱(TOP)6 중 한 명인 가수 이찬원이 3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송가도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놓이게 됐다.
이찬원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임영웅, 영탁, 장민호, 붐, 박명수 등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서 TV조선 ‘뽕숭아학당’, MBC TV ‘구해줘 홈즈’, SBS 파워FM(107.7㎒) ‘붐붐파워’, KBS쿨FM(89.1㎒) ‘박명수의 라디오쇼’ 등도 촬영 일정이 변경되거나 대체 진행자가 나서는 등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상파 연말 시상식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상파 3사 연기·연예대상과 가요축제 모두 관객 없는 비대면 행사로 열릴 예정이기는 하지만, 시청자들과 ‘얼굴’로 만나는 게 중요한 스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마스크 없이는 거리두기 의미도 퇴색되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배우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시상식 의미가 퇴색되기는 하겠지만 마스크 착용, 거리 두고 앉기, 방역, 환기 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할 것”이라며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환기가 제대로 안 되면 공기 전파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방송사들은 최대한 참석자들 간 동선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전 촬영 코너를 최대한 확보하고 방역에 힘쓰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도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권고한 상황에서 행사를 강행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연예 기획사나 소속사에서도 “연말 이슈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감염 두려움 속에 “사실 안 하는 게 맞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안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가요 축제는 언택트 공연으로 하더라도 연기·연예대상은 특집 프로그램 식으로 제작해 방영하거나 수상자만 발표하자는 조언도 나온다. 지상파 3사 시상식 통합, 랜선 시상식 개최, 개별 사전 녹화 등 아이디어도 제기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원래 연예계가 코로나19에 취약한 부문이었는데 현상 유지를 하며 흘러온 것”이라며 “이번 달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유명인이 걸리는 일이라도 발생하면 국내외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방송사들이 가능한 한 취소는 하지 않으려고 할 것 같고, 강행한다면 최근 몇몇 행사에서 시도한 개별 사전녹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물론 시상식에 붙는 광고 등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톱스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시상식을 포기하기가 쉽지는 않다.
실제로 이날 기준 지상파 3사는 시상식을 개최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거나 정부 지침이 바뀌면 행사 방식에 변화를 주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