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2016년이 됐건만 신년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연말과 신년이 되면 쏟아졌던 지난해 방송가에 대한 평가와 신년에 대한 전망을 문의하는 원고 청탁과 인터뷰 등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그 하나가 될 수 있겠다. 이런 현상은 2015년의 방송가가 2014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거나 2016년도 2015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막상 이런 예측을 하고 보니, 사실 큰 변화는 없었던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변화는 크게 감지되지 못했다. 2014년 말, 2015년은 선거와 대형 스포츠 행사가 없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수신료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기능도 여전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공영방송의 거버넌스를 담당하는 한 축인 사장과 이사진 교체도 역시나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됐다. 또 다시 그렇게 흘러갔다.
물론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상파방송의 영역에서만 보자면,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서, 지상파방송에 대한 광고 규제 완화가 오래간만에 실시됐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방송의 다채널 서비스도 시작됐고, UHD TV 실시를 위한 700MHz 주파수 대역의 배정도 결정됐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지상파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 혹은 정책적 결정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간광고 금지가 유지된 광고총량제는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며, 다채널 서비스는 EBS에만 한정됐다. 뿐만 아니라 UHD TV를 위한 주파수 배정 역시 수도권만 한정된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2016년 상반기를 지배할 SKT의 CJ 헬로비전 인수합병은 그 결과에 따라 방송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을 시작했고, 지난해 본격화된 중국발 콘텐츠 산업의 위기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결국,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유료방송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SKT의 인수합병도 결국 그 정당성에 대한 인정은 국내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로 평가될 것이며, 넷플릭스 역시 자사의 콘텐츠에 대한 국내 유통뿐만 아니라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등을 세계로 공급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중국은 콘텐츠 수입에서 콘텐츠 제작사 인수로 콘텐츠 산업인프라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송 콘텐츠 제작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는 답보상태이거나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 원인은 정책기관의 미온적 태도와 비대칭 규제, 유료방송의 견제, 지상파 방송사의 안일함, 시청자들의 무관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진화를 견인할 수 있는 것은 본인 자신들뿐이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인 진화를 모색하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올 4월에는 총선이 실시된다. 물론 지상파방송의 제1과제는 공정한 총선 보도를 통해 무너진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공영방송의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금지로 대표되는 지상파방송에 대한 비대칭적 규제의 균형, 한정된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인 보급, 전국적 지상파 UHD TV 론칭 등의 과제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지상파방송이 제공해야 하는, 유료방송과 해외 사업자들과 차별될 수 있는 미래의 공공 서비스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공익성, 보편성, 시청자 주권 등 소위 말하는 방송의 공공성을 기반으로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이것이 지상파방송이 유료방송에 비해 가질 수 있는 장점이자 강점이며,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를 통해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지상파방송의 과제와 미래가 약 3개월 뒤의 총선에서 공약화될 수 있도록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 변화 없이, 진화 없이 2016년도 또다시 그렇게 흘러간다면, 지상파방송의 미래는 그냥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