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방송광고 총량제와 중간광고 논의에 이어 최근 방송광고 정책에 대한 이슈가 또다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방통위가 2015년 7월과 8월 각각 제안한 ‘가상광고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과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이 그것이다. 지난주만 해도 관련한 토론회가 3건이나 있었다. 8월 25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표현의 자유 특별위원회 등이 개최한 ‘방송 프로그램에 협찬 기업 이름 붙인다?’ 토론회가 있었고, 다음 날인 26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최한 ‘가상광고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정과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개정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28일에는 한국언론법학회가 ‘방송광고 규제의 정당성과 정책과제’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여기에서도 관련 내용이 제기됐다.
이처럼, 또다시 방송광고 제도 및 정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방송산업의 핵심적인 재원이 바로 광고기 때문이며, 이러한 재원을 통해 방송사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을 얻기 때문이다. 광고가 방송사 재원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를 상업화의 절대적 상징이나 절대 악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이만한 재원도 없다. 게다가 2002년 약 2조 7백억 원이라는 최대 광고매출액을 기록한 이래 지상파방송의 광고매출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3년에는 약 2조에 이르렀다. 반면에 지상파방송의 제작비는 2002년 1조 1백억 원에서 2013년 1조 2백억 원으로 유지되거나 다소 증가한 모양새다. 광고매출의 축소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경직된 규제, 불필요한 규제도 한몫을 했다고 평가된다. 그래서 최근의 정부와 정책기관은 광고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물론 사업자들도 규제 완화를 원한다.
불필요한 광고규제는 폐지나 축소돼야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차별적인 규제 역시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2008년부터 현재까지 규제 완화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의 소지는 없는지도 고찰해야 한다. 규제 완화 추세이다 보니, 너무 무차별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도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한 번 시행된 규제 완화는 되돌리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량제, 간접광고, 가상광고, 중간광고, 협찬고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분야에 규제 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러한 방송광고 정책들이 시청자나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규제 완화의 경우, 시청자들보다는 사업자 입장에서 정착되는 경우가 많다. 광고를 규제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는 방송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규제의 목적뿐만 아니라 규제 완화까지 포함한 방송광고 정책의 목적이다. 즉, 규제 완화를 추진하더라도 시청자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의 사례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정책기관은 시청자 입장, 국민의 관점에서 제도를 마련하고 정착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사업자들의 눈치 보기식 광고제도 개선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업자들은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통해 수익을 확보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아야 하는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내용을 보지 않을 시청자들의 권리는 간과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정책기관은 이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한편, 정책기관은 규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에 앞서 치밀한 준비와 이를 통한 설득작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 규제나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 사안에 대해 정책당국의 태도는 졸속이거나 일방적인 모습을 종종 보인다. 이번 방통위의 규칙 개정안도 그렇다. 가상광고의 경우, 광고 노출을 위한 규정에 판단하기 불가능한 ‘시청자의 시청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라는 조항도 그렇고, 협찬고지 규칙 개정안도 개정 이유로 밝힌 ‘방송법 시행령이 협찬고지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7월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은 총량제, 간접광고, 가상광고 확대에 대한 개정이 주요 내용일 뿐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제도 개선 사안에 대해서는 좀 더 치밀한 연구와 자세한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 제도 개선 결과로 인한 파장과 효과에 대해서 미리 연구해 예상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된 결과와 다양한 방안 등 축적된 자료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용자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회적 합의를 구할 수 있고, 제도 개선 안이 있을 때마다 찬반으로 갈리는 갈등 상황을 그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