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최근 SBS 드라마 촬영 스태프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드라마 제작 현장의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8월 9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 현장의 촬영 스케줄을 공개하며 정부 및 방송사‧제작사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추 의원이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의 제보를 받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각각의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하루 20시간 이상의 노동은 비일비재하게 이뤄졌고, 최대 30시간을 초과해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SBS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경우 전날 18시간 이상의 촬영을 마치고 당일 23시간 30분간 촬영을 한 후에 2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사우나에 다녀와 다시 촬영현장에 복귀하는 등 최소한의 수면 환경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었다.
tvN의 드라마 ‘아는 와이프’도 마찬가지였다. 촬영 시간을 기록한 16일 중 18시간 이상 촬영이 이루어진 날이 11일이었고, 이 중 5일은 20시간을 초과했다. 최소 촬영 시간이 12시간에 달하는 등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 JTBC, MBN 등의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서도 장시간 노동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촬영 시간을 기록한 105일 중 노동시간이 12시간 이하인 날은 7일에 불과하고, 20시간 내외의 초장 시간 노동을 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TVN ‘식사를 합시다3 비긴즈’에서는 12시간 이상을 촬영하면서도 저녁식사를 못했다는 제보까지 있었다.
추 의원은 “이번 자료는 지난 7월 20일 발표한 드라마 방송제작 스태프 노동자들의 불공정 계약서에 강제돼 있는 24시간의 근무시간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방송 제작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열악한 방송 제작 시스템과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가져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현장에서 전혀 힘을 갖지 못하는 조치들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 방송사, 제작사는 더 이상 방송 제작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하지 말고 즉각적인 조치와 함께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한 실태 조사 및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