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직접수신율 6.7%?… 통계의 오류

지상파 직접수신율 6.7%?… 통계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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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통계란 어떤 현상을 나타내는 개별적인 데이터나 수치를 모아 데이터나 수치가 가지는 성질이나 규칙성을 찾아낸 것이다. 통계가 다양하고 객관적일수록 판단이나 예측이 정확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통계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통계 자체에 오류나 허점도 많기 때문이다. 데이터나 수치를 집계하고 계량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크고 작은 오류들이 낄 수 있고, 작성자의 의도에 따라 통계가 왜곡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직수율은 6.7%.

방통위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는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는 TV와 라디오,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시청취 매체에 대한 수용자의 인식과 시청행태의 변화를 분석한 것으로 정부 정책 수립, 기업 경영 계획 수립, 학술연구 등의 기초 통계로 활용되고 있다. 전국 3,400여 가구를 표준으로 매체보유 및 매체별 이용량, 필수매체 인식, TV 시청행태 분석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됐다.

하지만 본지 조사 결과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서 상당수의 오류가 발견됐다. 국가가 승인한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정확성과 공신력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상파 직접수신가구를 유료방송 미가입 가구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201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를 보면 지상파 직접수신가구에 대한 조사 항목이 없다. 유료방송 가입 현황 조사에서 현재 가입하거나 시청하고 있는 유료방송이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답변하도록 했다. 즉 지상파방송만 이용하는 가구가 6.7%라는 결과가 나온다.

   

201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그렇다면 TV2대 이상 가지고 있는 가구는 어떨까. TV2대 이상 가지고 있으면서 케이블이나 IPTV 등 유료방송과 직접수신을 병행하고 있는 가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구는 현재 가입하거나 시청하고 있는 유료방송이 있기 때문에 직접수신가구로 분류되지 않는다. 201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TV 보유 대수는 1.26대다. 그렇다면 단순 계산해보더라도 0.26대의 가구에 직접수신가구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TV1대만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안테나나 공시청 시설을 이용해 TV를 시청하다가 주문형 비디오(VOD) 등의 부가 서비스를 즐기고 싶을 때만 셋톱박스를 연결하는 가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서는 경우의수(境遇)를 간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상파 직수율은 6.7%가 아니라 ‘6.7% 플러스 알파(+α)’로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서는 평균(average)이 아닌 최소치(minimum)를 대표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왜곡되고 편향된 지상파 직수율 수치를 유료방송이나 통신 업계에서 오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 논리에 지상파 직수율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케이블 업계는 재송신 등 지상파 방송사와의 협상 때마다 직수율을 언급하고 있다. 통신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통신 업계에서는 지상파 직수율이 6.7%에 불과하다며 700MHz 주파수 대역을 초고화질(UHD) 방송에 활용한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서도 지상파 직수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 조사가 필요하다. KBS 관계자는 매체이용행태분석을 보면 일주일 동안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응답자가 92.3%10명 중 9명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다직수율을 정확히 파악해 무료로 TV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음을 시청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면 더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상파 직수율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지상파 직접수신에 대한 별도의 항목이 필요하다. 우선 유료방송과 직접수신을 병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케이블이나 IPTV, 위성방송에 대한 중복가구를 조사하듯이 유료방송과 직접수신을 중복하고 있는지, 중복하고 있다면 몇 대의 TV 수상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2014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동시에 매체보유 및 방송 서비스 이용 항목을 세분화해야 한다. 케이블이나 IPTV, 위성방송을 통한 TV 시청을 조사하듯이 직접수신도 안테나를 이용하는지 공시청 시설을 이용하는지 세분화해 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경우 공시청 시설을 통해 직접수신을 하는 가구가 많은데 해당 항목이 없으면 직수율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통계(statistics)의 어원이 라틴어 국가(Status)’에서 비롯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부 정책 수립에 있어 필수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잘못 작성되거나 오도된 통계는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불어올 수 있다. 2014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는 616일부터 822일 사이에 이뤄졌다. 이제 곧 2015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를 위한 설문 항목이 구성될 것이다. 2015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직접수신가구에 대한 문항이 추가돼 플랫폼 시장의 균형 있는 발전 방안이 모색될지 또 무료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