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700MHz 주파수 활용에 대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2012년 12월 31일 디지털 전환 완료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결코 여유 주파수가 아니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700MHz 주파수 활용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면서 “현재 방통위가 통신 쪽에 700MHz 주파수를 할당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올해 말까지 주파수 할당을 결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주파수 할당에 앞서 디지털 전환 이후 회수할만한 여유 주파수가 있는지 그 존재여부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히 방통위)는 지난 2008년 ‘아날로그 TV 종료와 디지털 전환 이후의 세부 채널배치 계획’을 통해 700MHz 대역(698~806MHz : 폭 108MHz) 주파수를 회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기본적으로 압축 및 전송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존 주파수 대역보다 적은 주파수 대역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필요한 주파수 대역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여유 주파수가 발생할 것이고 이에 따른 주파수 회수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새로운 주파수 혼신과 난시청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디지털 전환은 혼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무선 주파수는 혼신이 될 수밖에 없는 매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기존 지상파 아날로그 주파수를 모두 임시대역으로 이동시키고 백지상태에서 채널 재배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날로그 주파수 틈새에 DTV 주파수가 배치되어 있다”면서 이대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다면 주파수 혼신과 난시청 가구가 부지기수로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감안한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는 결코 여유 주파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여유 주파수의 존재 유무 그리고 여유 주파수가 있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방통위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후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실제로 남는 것으로 확인된 ‘여유’ 주파수를 그때 가서 매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도 “방통위가 왜 이렇게 주파수 할당을 서두르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미국과 일본에서도 2~3차례 연기된 것을 보면 2012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 역시 연기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 때 주파수 정책에 관한 공약을 지켜보고 충분히 검토한 뒤 주파수 배정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디지털전환법’ 자체의 위법성을 지적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의 전제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유휴 주파수로 나온다는 것”인데 “디지털 전환을 법으로 명시한 ‘디지털전환법’ 자체가 위법하다면 이 전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하는 법을 제정할 때는 박탈당하는 재산권 보상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야 하는데 ‘디지털전환법’에는 재산권 보상에 대한 명시가 없기 때문에 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기존 아날로그TV로는 방송을 시청할 수 없기 때문에 아날로그TV 라는 재산권이 박탈당하게 된다.
“방통위 모든 정보 공개해야”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방통위에 정보 공개 등 적법절차에 따른 정책 집행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최영묵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 편집위원은 방통위의 주파수 정책에 관한 청사진 공개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편집위원은 “과거엔 전파행정 자체가 산업 논리에 따라 밀실에서 이뤄진 측면이 있는데 방송은 그렇게 산업적 논리로만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기본적으로 방송과 방송용 주파수가 공공재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 역시 “방통위에서 무슨 시뮬레이션 등을 실시했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을 공개해서 전문가들의 기술적인 검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보 공개에 대한 공감을 표했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도 현재 방통위가 정보 공개에 있어서 절차법 상 적법절차를 위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방통위는 대통령 소속의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행정절차법에 따라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처분해야 한다”고 말문을 연 뒤 “하지만 현실은 대통령한테 보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비밀스럽게 정책을 결정한다. 독일 같은 경우에도 통신사에 주파수를 매각할 때 공적인 청문회 기간만 3개월 걸렸는데 우리는 이런 절차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