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의 재승인 절차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 연구반’의 세부심사기준안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종편 봐주기’ 논란이 지속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의결 일정을 연기한 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 3층에서 ‘종편 및 보도PP 재승인 심사기준안 토론회’를 개최해 학계 및 시민사회단체 등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방송정책 및 방송경영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 연구반’의 총괄책임자로 지난달 초안 공개 뒤 여러 차례 수정된 세부심사기준안에 대한 연구반의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에 공개된 세부심사기준안의 가장 큰 특징은 핵심 심사항목 부분이다. 심사항목이 많아져 종합점수화 했을 경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의 비중이 약해질 것을 고려한 것이다.
도 교수는 “‘심사항목 2.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과 ‘3.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항목을 재승인 심사에서 핵심 심사항목으로 선정했다”면서 “이 두 항목은 지상파 방송 재허가 탈락 조건인 ‘①1000점 만점에 650점 미만시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 ②개별 심사항목 40% 미만시 조건부 재허가’에 추가로 해당하는 항목으로 배점이 60% 미만일 경우 제재(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를 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뒤 종편에 좀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고 말했다.
동시에 도 교수는 계량 평가 항목을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심사항목을 자세히 보면 비계량 평가로 되어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공정성 관련 법령 위반 사례(감점)’,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등 공익성 관련 법령 위반 사례(감점)’ 등 계량적 요소를 도입해 평가할 수 있게 했고, 중복 감점도 가능토록 해 철저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발제 이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토론자들 대다수 연구반이 제시한 심사기준안이 지상파 방송 재허가 기준을 참고했다는 점에서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각 항목의 점수 배점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지적된 부분은 사업 수행을 위한 재정 능력 평가 부분이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상대적으로 ‘심사항목 5.조직 및 인력 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과 ‘6.재정 및 기술적 능력’의 배점이 상당히 축소됐다”면서 “현재 종편은 최초사업계획에서 제시한 수익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보도 편성 및 스튜디오 제작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재승인 심사 후엔 직접 판매가 아니라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이 부분을 중요한 심사항목으로 보고 배점을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역시 이 심사항목에 대해 “심사항목 5번과 6번은 전체 평가 중 11.4%로 최초 승인 때인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방송 산업 자체가 인력과 장비가 상당히 투입되는 장치산업이면서 동시에 언론사라는 복합특성을 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한 뒤 “전체 심사항목 중 4번을 2번의 소항목으로 환원시키고 5번과 6번의 배점을 높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심사항목 4.지역사회 발전 및 지역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지적도 계속됐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심사항목 4번을 이전 승인심사항목과 마찬가지로 ‘심사항목 2.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가능성’ 항목의 하위 항목으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공감을 표했다.
‘승인조건 이행 여부’에 대한 평가항목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연구팀장은 “지상파의 경우 재허가 시 권고사항, 조건, 이행각서 등 3가지 유형의 준수사항을 붙이고 이 중 ‘조건’과 ‘이행각서’는 어길 경우 철회 및 향후 재허가 추천 배제사유가 되는데 이번 심사안에서는 오직 이행실적을 제출했는지 여부만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각각의 달성률을 반영하는 계량평가를 포함시키고 강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종편은 지상파와 달리 그동안 정부가 의무재전송, 황금채널, 광고직접판매 등의 혜택을 준만큼 정치적 혜택을 고려해 ‘허가 또는 승인 당시의 방송사업자 준수사항 이행 여부’가 핵심 심사 항목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종편이 승인조건 이행 등의 측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퇴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사회자로 진행을 맡은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마지막 수렴 과정을 거쳐 상임위원들이 검토한 뒤 오는 5일 전체회의에서 심사기준안을 의결을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부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경우 연기될 수도 있다고 말해 심사기준안 의결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