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방송 시작 한 달 만에 부실․이념편향․선정주의 방송으로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조중동방송 한 달을 말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중동방송모니터팀 팀장은 “이명박 정권의 특혜 속에서 탄생한 조중동방송이 방송 시작 한 달 만에 소위 애국가 시청률로 불리는 평균 0.3~0.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면서 지난 한 달간 조중동방송은 방송을 내보낼 최소한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중동방송은 방송 첫날부터 ‘화면이 분할되고 음성이 끊기는’ 기술적인 방송사고를 냈으며 이후에도 인터뷰 자막사고 등 크고 작은 방송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이 같은 초보적인 방송사고만 봐도 조중동방송이 얼마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방송개국을 강행했는지 알 수 있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 팀장은 조중동방송이 뉴스 편성 및 내용 등에서도 기본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도 분석을 보면 조중동방송은 시의성이 있는 그날의 이슈보다는 자신들이 내세우고 싶은 ‘이념적’ 아이템(박근혜 띄우기나 박원순 때리기와 같은 아이템)이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선정적’ 아이템을 앞세웠다”며 최소한의 저널리즘 기준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주말 뉴스를 보다 화물선 사고 보도에 대해 ‘북의 소행’ 운운하는 것을 보고 30초 만에 채널을 돌렸다”면서 “이런 질 낮은 보도에 왜 시민들의 세금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청률 저하→광고매출 저하→제작비 감축→시청률 저하’의 악순환
종편 약탈적 광고영업에 나설 수 있어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조중동방송이 보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참신성․차별성․다양성이 떨어지는 ‘올드미디어 포맷’을 가지고 과거 지상파 방송의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면서 이 모델로 돈을 벌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종편 사업자는 시청률을 최소한 1% 이상 많게는 5%까지 올릴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현재 보이고 있는 시청률과 추세는 가히 충격적”이라면서 “프로그램만 봐도 가치로 내세웠던 콘텐츠의 다양화는 온데간데없고 재방송비율만 45.1%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시청률 저하→광고매출 저하→제작비 감축→시청률 저하의 악순환에 빠질 것일 뻔한데 문제는 종편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약탈적 광고영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종편의 약탈적 광고영업이 개국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지적한다. 시청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70% 수준 광고단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 역시 이에 대한 반증이다.
더 큰 문제는 엄격히 분리해야 할 광고 영업과 보도를 연계한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기업들은 종편들이 보도를 내세워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중동은 여전히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신문매체를 가지고 있으며 온갖 특혜, 폐착 등을 통해 광고주를 협박할 수 있다”면서 종편의 광고판매 강요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청률 0% 될 때까지 감시 소홀히 하면 안 돼”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끝까지 조중동방송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지금처럼 반값등록금 등 민생문제를 외면하면서 낮은 수준의 콘텐츠를 생산할 경우 조중동방송은 시민사회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한 뒤 그래도 끝까지 시민사회의 대응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재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역시 “조중동방송 콘텐츠에 대해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분위기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조중동방송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중동방송모니터팀 팀장은 “지금처럼 조중동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조중동방송의 문제점을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시민사회의 대응방법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