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재승인 심사기준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편 재승인 심사기준 연구반’이 제시한 최종안보다 완화된 기준이어서 ‘종편 봐주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5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제10조 및 제17조에 근거하여 구성된 ‘2014년도 종합편성․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내년 초 승인유효기간이 만료되는 TV조선, JTBC, 채널A, 뉴스Y가 그 대상으로 9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심사기준안에서 각 항목별 점수가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각각의 사업자는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의 제재 조치를 받게 된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종편과 보도채널은 지상파 방송과 마찬가지로 ①1000점 만점에 650점 미만시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 ②개별 심사항목 40% 미만시 조건부 재허가의 기준이 적용된다.
동시에 그동안 종편과 보도채널에 제기된 공적책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심사항목 2.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과 ‘심사항목 3.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항목을 배점을 강화해 각 항목의 평가점수가 50% 미만일 경우에도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도 ‘종편 봐주기’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애초 연구반은 심사항목 2번과 3번을 핵심 심사항목으로 선정하면서 “각 항목의 배점이 60% 미만일 경우 재허가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의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연구반이 제시한 최종안이 방통위 회의를 거치면서 50%로 완화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의견 수렴 자리로 마련된 ‘종편 및 보도PP 재승인 심사기준안 토론회’(본지 기사 참고)에서 제기된 전문가들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과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심사항목 4.재정 및 기술적 능력’과 ‘5.조직 및 인력 운영 등 경영계획의 적정성’의 배점이 상당히 축소됐다”면서 “건전한 재무구조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방송사들은 약탈적 광고 영업 등을 통해 미디어 생태계 자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중요한 심사항목으로 보고 배점을 늘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종편은 지상파와 달리 그동안 정부가 의무재전송, 황금채널, 광고직접판매 등의 혜택을 준만큼 정치적 혜택을 고려해 ‘허가 또는 승인 당시의 방송사업자 준수사항 이행 여부’가 핵심 심사 항목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종편이 승인조건 이행 등의 측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퇴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의견은 단 한 줄도 반영되지 않았다.
학계를 중심으로 한 관련 전문가들은 “방통위는 중복 감점 및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주요 주주들에게 대한 적정성 심사를 하자는 연구반의 제안도 무시했다”면서 “연구반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요량이면 애초에 연구반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연대는 같은 날 ‘종편 재승인 총대 메고 나선 이경재 위원장, 제2의 최시중이 될 셈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연구반이 제출한 기존안에서 크게 후퇴해 종편에게 유리한 재승인 심사안이 최종 의결됐다”면서 방통위가 종편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장 멋대로 좌지우지할 거라면 연구반은 왜 운영한 것이고 토론회는 왜 개최했냐고 캐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세금낭비다”라면서 “최시중 씨가 그랬던 것처럼 그 선택이 가져올 후과는 반드시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방통위는 기본계획에 따라 재승인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내년 2월까지 재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