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에 공공안전 롱텀에볼루션(PS-LTE) 기술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규모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기술 방식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재난망 구축을 둘러싼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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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한국형 재난안전통신망 추진을 위한 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배성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사는 “재난망 기술 방식으로 선정된 PS-LTE는 기술과 제품 개발 시 장기적으로 점진적 적용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PS-LTE 상용화 보다는 스마트폰 무전 서비스(IP-PTT) 단말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IP-PTT에 와이파이, 위성 등 기존 통신망을 최대한 활용하고, T-DMB 등을 활용해 소통 채널을 강화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7월 31일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가용 주파수 중 가장 낮은 대역인 700MHz 대역 주파수 20MHz 폭을 활용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차세대 기술 방식인 PS-LTE로 재난망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미래부의 발표 이후 재난망 구축 사업이 너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현재 운영 중인 재난망 관련 기능들에 대한 분석과 운영 방향 설정,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비교 분석 및 필드 실험 등 충분한 논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배 박사가 지적한 부분도 이 같은 우려의 연장선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 역시 “LTE 기술 방식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응답 속도”라며 “재난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즉각 응답인데 현재 운용되고 있는 테트라 방식에 비해 LTE에서는 즉각 응답 부분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부연구위원은 “배 박사가 제안한 IP-PTT는 주로 화물이나 수송, 운송, 공장 등에서 쓰이고 있어 기본적인 서비스 품질 보장(QoS)이 안 된다”고 지적한 뒤 “상용 LTE망+UHH/VHF(음성)+테트라(PTT)로 구성되는 형태인데 기술 방식별 역할, 구축 비용 등에 대한 검토가 없는 상황이고, 이 같은 구성을 제안한 사업자도 없다”며 현 시점에서 PS-LTE 기술 방식이 아닌 형태의 단기적 재난망 구축은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높아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강성주 미래부 정보화전략국 국장은 “PS-LTE망이 구축되기 전까지 기존 재난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맞다”며 배 박사의 제안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PS-LTE 기술 방식 결정에 대한 변경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답변에도 불구하고 PS-LTE 기술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흥수 KBS 기술기획부 부장은 “PS-LTE는 표준화 관련 문제로 불완전한 기술이다. 재난에 필수적인 직접 통화, 단말기 중계, 단독 기지국 모드 등이 표준화 문제로 빠져 있는 상황인데 표준화 완료 시점이 2018년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정부의 재난망 구축 완료 시점인 2017년까지 구축된 모든 인프라는 알맹이 없는 재난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선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에 대한 부분도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 부장은 “방송사 입장에서 주파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해당사자로서 조심스럽지만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말씀드린다”며 “700MHz 대역 주파수가 △사용의 즉시성 △넓은 통달 거리로 인한 망 구축 비용 절감 등의 근거로 선정되었는데 이 같은 특성은 VHF LOW(54~88MHz) 대역이 가장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VHF LOW 대역이 700MHz 대역 주파수보다 통달 거리, 투과력 부분에서 월등히 우수하고 현재 용도가 없어서 즉시 이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역시 이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그는 “그동안 재난망에 수억 원의 금액이 투자되었다고 하는데 재난망 구축에 앞서 이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살펴봐야 했었다. 재난망 주파수로 사용 가능한 대역은 700MHz 대역 외에 1.8GHz, 2.6GHz 대역 등이 있다. 다른 주파수 대역도 존재하는데 왜 그동안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700MHz 대역 주파수가 갑자기 등장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