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와이브로’가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국내 최대 와이브로 사업자인 KT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와이브로를 TD-LTE(시분할 롱텀에볼루션)로 전환하겠다”며 사실상 와이브로 서비스의 포기를 밝힌데 이어 삼성전자도 와이브로 사업의 철수 수순을 밝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아시아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사업 부서를 축소했을뿐만 아니라 와이브로 단말 및 장비 개발·생산도 중단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1년여 동안 공을 들인 일본 UQ커뮤니케이션이 최근 자국 내 업체인 NEC를 장비 공급 업체로 선정하면서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크게 줄이자 최근 컨소시엄을 구성해 UQ커뮤니케이션에 장비를 공급하던 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와이브로 사업자였던 미국의 스프린트가 LTE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삼성전자의 시장은 UQ커뮤니케이션과 KT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UQ커뮤니키이션은 자국 내 기업 밀어주기에 나섰고, KT는 LTE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설 자리를 잃은 와이브로 대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TD-LTE 장비 개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업체 관계자는 “UQ커뮤니케이션에 장비를 계속 공급하고 있으며, 시장이 있으면 사업이 지속한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면서 일각의 소문을 일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표준을 노리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개발한 토종 기술 ‘와이브로’가 기대와 달리 현재 100만 명의 가입자도 유치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방통위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많은 고민이 오고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와이브로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며 정책적으로 밀어 붙였던 방통위로선 쉽게 정책 실패를 인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와이브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자니 기술고립이 우려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TD-LTE 기술이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표준기술인 만큼 국민적 반감 등을 생각한다면 방통위의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 보인다.
하지만 방통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와이브로 정책에 변화는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방통위가 시대적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 지 업계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