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놓고 네이버 VS 구글 ‘정면 충돌’

‘역차별’ 놓고 네이버 VS 구글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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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네이버가 구글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면서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논란이 일었던 해외 기업들의 세금 문제, 트래픽과 망 사용료 문제 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11월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창업자는 “페이스북과 구글은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데 (국내에서는)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안 된다”며 “구글에서도 (검색어 조작 등의 문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창업자의 발언에 구글코리아는 바로 공식 입장을 냈다. 구글코리아는 “부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뒤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구글코리아에는 수백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연구하고 있는 엔지니어를 비롯해 국내 기업과 협업해 성장 및 해외 진출을 돕는 영어‧마케팅 직원들이 있으며 ‘구글 캠퍼스 서울’ 팀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답했다.

허위 클릭 유도와 검색어 조작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구글은 검색 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구글 검색 결과는 100% 알고리듬 순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금전적 또는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구글코리아가 공식 입장을 밝히자 이번에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공개 질의서를 내놓았다. 한 대표는 11월 9일 “역차별은 국감 주요 안건 중 하나였고, 이에 대한 발언은 네이버뿐 아니라 국내 IT 산업계에서, 사회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라며 “단순히 양사 관계에서의 이슈가 아니라 국내 IT 업계 차원의 건전한 비판과 토론이 이어지기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 질의를 한다”고 말했다.

공개 질의서는 △세금 문제 △고용 문제 △트래픽 비용 문제 △검색 어뷰징 문제 △금전적 영향 및 정치적 압력 문제 등 총 7가지 부분으로 이뤄졌다.

한 대표는 “구글의 한국 내 영향력 확대와 관련해,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 세금은 얼마나 내고 있는지에 대한 질의는 작년 국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구글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국감에서도 구글코리아 측은 ‘민감하다’는 이유로 국가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영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구글 매출 규모를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글이 한국에서의 매출과 영업이익, 그에 따른 세금 납부액을 밝힌다면 더 이상 의혹은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고용, 투자, 기부 등 현황 공개를 요구했다. 한 대표는 “구글코리아는 수백 명의 직원들이 연구개발, 영업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그 직원들이 모두 온라인 광고를 담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외 다른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피상적인 언급이 아니라 현황을 공개해, 서비스뿐 아니라 사회적 기여 측면에서도 어떤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논란이 된 트래픽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들은 국내 통신 사업자들에게 트래픽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불공정행위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포털에선 1년 동안 수백억 원을 받으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는 트래픽 사용료를 한 푼도 받지 않고 그것도 부족해 서버도 제공해주고 있다”며 “이것은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자 불공정행위”라고 꼬집었다.

한 대표의 주장도 이 맥락과 다르지 않았다. 한 대표는 “구글은 세금과 고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명확한 의견을 밝히면서 트래픽 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며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동영상 서비스와 앱마켓 분야에서 압도적인 구글이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고 있는 망사용료는 얼마인지 공개해달라”고 말했다.

검색 어뷰징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 구글에서 ‘how to rank website higher in google’을 검색하면, 최상위에서부터 ‘돈을 주면 구글 검색에서 상위에 랭크시켜 주겠다’는 업체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며 “이런 검색 결과와 ‘어뷰징 문제를 전혀 겪고 있지 않다’는 구글의 입장에는 자기 모순적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전적 영향과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다는 구글의 답변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 대표는 “구글도 많은 경우 검색 광고가 검색 결과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구글의 검색 결과는 광고 비용이라는 금전적 요소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검색 알고리듬에만 기반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의문을 표했다.

또 정치적 압력에 대해서는 “네이버의 검색 결과 역시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한 뒤 “구글은 로비가 합법화된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2015년에 1666만 달러, 2016년에 1543만 달러, 2017년 3분기까지 1364만 달러의 막대한 로비 자금을 사용했다고 알려졌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는 “공정한 경쟁 환경 속에서 정당한 방식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신뢰를 담보로 하는 글로벌 검색 사업자인 구글에게 중요한 일일 것”이라며 “오래 전부터 제기된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구글코리아가 답변을 하는 것은 구글뿐 아니라 IT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