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언론현업 5단체가 헌법재판소에 수신료 분리고지를 위한 방송법 개정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 5단체는 7월 4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수신료 분리고지는 단순한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한국 미디어 시장과 콘텐츠 제작 역량에 악영향을 끼칠 돌이킬 수 없는 정책결정과정”이라며 수신료 분리고지 관련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절차 중지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은 “수신료 통합징수로 공영방송 재정이 안정화되며 KBS와 EBS는 소외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좋은 프로그램들과 건전한 비판을 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 수 있었다”며 “오랜 시간 우리 사회가 발전시키고 지켜온 공영방송 제도를 대통령실의 말 한 마디로 바꾸는 게 공정이고 상식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양만희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많은 분들이 수신료 분리징수가 이행되면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거라 생각하지만, 현행법 상 수신료는 TV 수상기 보유 가구라면 모두 내야 하는 준조세”라며 “이를 착각한 시민들은 추후 미납 수신료에 가산금까지 붙어 세금 체납과 유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 본부장은 “공영방송의 근간이자 철학인 수신료는 지난 30년 간 통합징수 되어왔는데 현 정권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30년 간 사회적 합의를 불과 넉 달 만에 파괴하려 한다”며 “그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 상위법과의 충돌, 법적 정당성과 취지들 마저 무시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상식과 법치의 정신으로 심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 지부장은 “수신료는 산업 논리로 무장된 글로벌 OTT나 상업방송에서는 제작할 수 없는 어린이, 청소년, 노인, 다문화, 장애인 등 우리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수신료 분리징수가 강행된다면 EBS와 KBS는 더 이상 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넘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공영방송의 존립 근간인 수신료 제도가 집권 2년도 안 된 얼치기 정권 탓에 흔들리고 있다”며 “과거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 재판을 통해 수신료 통합징수의 합법성을 인정한 바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의 합리적 판단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언론현업 5단체 관계자들은 헌법재판소에 방문해 방송법 개정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수신료 분리고지를 위한 방송법 개정 과정의 절차적 하자 △수신료 분리고지로 인해 야기될 방송 광고 시장의 혼란 △수신료 분리고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대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