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위기? 공영방송부터 바로 서야”

“언론 위기? 공영방송부터 바로 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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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세월호 참사 보도로 국내 언론의 총체적 부실이 그대로 드러난 가운데 공영방송인 KBS를 중심으로 언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가 바로 선다면 민영 방송을 포함한 방송 생태계 전반이 선순환 구조로 전환될 수 있고, 나아가 언론 생태계 회복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기술저널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현 단계 한국 언론의 위기 진단과 대안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문종대 동의대 교수는 “언론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이라며 언론 생태계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공영방송이 바로 서면 언론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바로 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언론은 공영방송인 KBS다. KBS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보도 및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은 길환영 사장이 해임됐다. 길환영 사장의 해임으로 KBS 파업이 마무리되는 등 어느 정도 해결된 듯 보이지만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세월호 보도 드러난 한국 언론의 위기 특히 공영방송의 위기 관점에서 보면 정치권의 개입이 제도화된 것 같다”며 현 상황이 심각한 단계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세월호 보도의 많은 문제점들이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 역시 “사회 전반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비판만 하고 있는데 왜 그런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들여다보고, 그 근본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언론사 내부의 자유가 제대로 허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내부 비판이 가능한 언론사 환경이 갖춰진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다시 마주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이 정치적으로 독립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방법은 △KBS 이사회 여야 동수 추천 △재적이사 2/3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구성원에게 사장 추천 ‘거부권’ 부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길환영 방지법’의 도입이다. 지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문 교수 역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지배 구조를 바꿀 수 없으면 최소한 특별다수제나 사장추천위원회 라는 제도라도 도입해야 한다. 제도적 변화가 없으면 그동안 지속되어온 언론의 자기 검열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홍진표 한국PD연합회 회장은 여기에 더해 PD나 기자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정치권력의 개입에 반발한 언론인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징계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원에서 무효라고 판결이 나도 실제 KBS나 MBC 등 현장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여전히 해고 상태고, 부당인사를 당하고 있다. 오히려 잘못한 이사회 등 기득권 세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도 않고, 반성조차 없다”며 잘못된 조치를 내린 기득권들이 책임을 지고, 언론인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 문제는 하루, 이틀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길환영 방지법 역시 표현만 달랐지 이전에 제시된 방안과 동일하다. 하지만 10여 년 동안 수차례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방안 중 단 한 가지도 도입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보도는 공영방송 그리고 국내 언론 전체의 위기를 보여줬다. 언론인들과 언론 학자들은 길환영 방지법 도입으로 지배 구조 자체가 변화되고, 언론인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 조치로 언론 자유가 보장될 때 공영방송이 바로 서고, 언론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기인 만큼 언론인들과 언론 학자들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꼭 반영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