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본격 착수한 것을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원천무효”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비상식에 맞서 집단지성으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6월 14일 성명을 통해 “방통위 설립 이래 이런 기형적 구조 아래서 논란이 큰 안건을 속전속결로 의결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독립성 따위는 안중에 없이 대통령실의 주문을 하청받아 이행하는 ‘방송장악위원회’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 카드로 공영방송의 재원을 흔들고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경영진을 압박하고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들을 꽂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실의 의도는 누가보아도 명백하다”며 “오늘 방통위의 의결은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야욕이 법을 무기로 본격화되는 계기”라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이번 방통위의 의결이 상위법인 방송법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충돌한다고 밝혔다. 방송법에 따르면 KBS가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언론노조는 “수신료 납부 및 징수 업무의 위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이는 시행령 수준에서 과도하게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고, 지난 2008년 방송법 수신료 조항과 관련된 위헌소헌에 대해 헌재는 현행법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수신료 통합징수에 대해 효율성 등을 감안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원‧공무원에 대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국회의장과 국회를 향해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이 입법권 침해임을 명백히 하고, 방통위의 위헌적‧위법적 직권남용을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 내 특별기구 등을 설치해 수신료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모색할 공론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 본부장은 15일 본부장 편지를 통해 “먼저, 혼란과 우려로 확산된데 대해 과반교섭대표노조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며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 그래서 노조는 사장의 거취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노조는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묻는 목소리도 듣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 본부장은 먼저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과 이상인 방통위 상임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과정, 모든 시점 벌어지는 비상식적 행위와 절차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준동세력에 흔들리지 말자고 당부했다. 강 본부장은 “우리는 TBS 사례를 봐왔고, YTN의 민영화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KBS에 대한 탄압의 시간으로 모든 방송과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는 더 노골적으로 자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산물이라며 국회 차원의 논의구조로 옮겨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본부장은 “언론노조 KBS본부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쟁대립 프레임이 아닌 진정한 공영방송의 지향점을 찾기 위해 국회의장에게도 이 문제를 국회 차원의 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며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