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패러독스?’

[세상읽기] ‘야근의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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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 패러독스란 말이 있다.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야근이 오히려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뜻이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야근을 한 다음날 오전을 멍한 상태로 보낸다. 간밤에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다. 간밤에 못 잔 잠이 식곤증으로 몰려온다. 그나마 오후 늦게 일에 집중하지만 그 몇 시간만으로는 하루 업무량을 채우진 못한다. 또 다시 야근이다. ‘근무시간=성과’로 여기는 경영진들은 이런 직원들을 보며 흐믓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이 같은 근무행태는 잘못된 것이다. 21세기는 노동시간이 바로 생산량과 직결되는 농업사회나 산업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요한 것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노동의 질, 바로 창의력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업무효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최근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워킹’이 주목받고 있다. KT는 얼마 전 분당에 스마트워킹센터를 마련해 원격근무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했고, 삼성이나 SK 등의 대기업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바로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했다. 스마트워킹에는 원격근무센터와 모바일워크 외에도 탄력시간 근무, 재택근무 등이 포함된다. 정부도 2015년까지 공무원의 30%, 전체 노동인구의 30%가 스마트워킹을 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워킹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고령화?저출산이라는 시대적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 취업률은 20대 후반 65%에서 30대 초반으로 가면 50%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출산과 육아의 부담으로 일을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센터는 이런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이는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사회적 참여도 늘릴 수 있다. 기업에도 이익이다. 건물 임차료 등 사무실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출퇴근으로 인한 교통혼잡이 줄어들어 차량 운행거리가 감소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이미 영국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선진국에선 스마트워킹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워킹의 대명사로 꼽히는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은 전 직원의 80% 이상이 유연 근무제도를 활용하면서 생산성 향상 및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체 사업체 중 약 50%가 원격근무제도를 운영할 정도로 원격 근무자 비율이 높은 네덜란드 역시 스마트워킹을 통해 교통문제 완화와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들이 공동으로 99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 역시 올해까지 원격근무자 비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워킹 보급률은 1% 미만이다. 스마트워킹 도입에 필요한 유무선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 이는 스마트워킹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근무시간=성과’라는 식의 낡은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일각에서는 개인화에 따른 관계 단절과 조직관리의 어려움, 기업 보완 문제 등을 지적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정기적인 모임과 화상회의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보완 문제 역시 기술발달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은 분명히 실패한다고 한다.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면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시대적 흐름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