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해고’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1호 진정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MBC가 계약 만료를 이유로 사내 계약직 사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7월 21일 MBC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2017년 12월 31일 뉴스 앵커로 일했던 유모씨에게 계약 만료를 이유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유씨는 2012년 4월 이듬해 4월까지 근무하는 내용으로 프리랜서 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같은 내용으로 계약을 몇 차례 연장해 2017년 12월까지 일했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유씨는 2018년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두 달 뒤 서울노동위는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MBC는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도 결국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MBC는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MBC는 “유씨는 MBC에 종속적으로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어서 부당해고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MBC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씨는 MBC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며 MBC가 유씨를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시킨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시했다.
한편 MBC는 2016년과 2017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아나운서들 10명과도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노동위와 중앙노동위 모두 계약직 아나운서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지만 이에 불복한 MBC는 올해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해당 아나운서들은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과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5월 13일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본안 소송 판결까지 임의로 보전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인용했다. 7명의 아나운서들은 5월 27일부터 회사에 복귀했지만 회사는 이들을 기존 아나운서국이 아닌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배치했다.
이에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인 7월 1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직장 괴롭힘을 내용으로 한 ‘1호 사건’이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첫날 아나운서들의 사정을 해당 법 위반 1호 사건으로 진정하고자 한다”며 “사측은 복직한 아나운서들을 별도 사무실에 격리한 채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고, 사내게시판과 이메일 접속을 차단하는 등 고용노동부가 밝힌 직장 내 괴롭힘 대표 사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시로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 등을 차별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업무에 필요한 비품(컴퓨터·전화 등)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함 등을 들고 있다. 이 같은 조항들을 위반하면 대표이사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류 변호사는 “당사자들은 차라리 해고를 당하는 게 낫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에 맞춰 MBC 측의 노동인권 의식에 책임을 묻고자 진정을 넣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