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초고화질(UHD) 도입 시기 확정,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중간 광고 도입 등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 3기 상임위원의 임기가 3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 이어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차기 상임위원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방통위에 따르면 상임위원 5명의 임기는 3월 말부터 시작해 6월까지 차례대로 만료된다. 먼저 김재홍 부위원장과 이기주‧김석진 상임위원은 3월 26일, 최성준 위원장은 4월 7일에 임기가 마무리되고, 자격 요건 때문에 뒤늦게 임명된 고삼석 상임위원은 6월 8일 임기가 끝난다.
국회 관계자는 “당장 3월 말 상임위원 3명의 임기가 마무리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전체회의 자체를 개최할 수 없지만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이 맞물리고 있어 여야 모두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소집할 수 있으며,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3월 27일부터 정책 실행 여부, 제도나 법 제‧개정 등 논의가 필요한 모든 업무가 중지될 수밖에 없다.
방통위 상임위원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업무 공백 현실화에 힘을 싣고 있다. 대통령은 상임위원 5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 상임위원 중 최성준 위원장과 이기주 상임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고, 김석진 상임위원이 여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이 야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업계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임명의 몫을 직접 지명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기존 더불어민주당 외에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교섭단체가 늘어났기 때문에 야당 추천의 몫 역시 쉽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내에서 상임위원과 관련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단통법 등 쟁점 사안이 너무 많기 때문에 방통위 업무 공백 논의는 아예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져 새 정부가 꾸려진다면 그때 여야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여야 모두 지금 당장 상임위원을 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방통위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존 위원의 임기 자동 연장과 연임 등의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후임이 정해지기 전까지 기존 위원들의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거나 현행법 상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니 3기 위원 모두 연임을 하게 하는 건 어떠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법 개정을 해야 하고, 상임위원 추천이 정치적 셈법으로 이뤄진다는 점과 임기 연장도 임면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후자도 가능성이 낮아 결국 방통위의 행정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