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방송평가 규칙 개정은 언론 재갈 물리기”

“방통위의 방송평가 규칙 개정은 언론 재갈 물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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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 평가에 대한 규칙 개정안’에 공정성・객관성 등에 관한 감점을 높이는 것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방송협회는 11월 10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언론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앞서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제재를 받은 방송 프로그램에 부과하는 벌점을 지금보다 최대 2배 늘리기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 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보고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운영‧내용‧편성으로 구성되는 3개의 방송 평가 영역 중 운영의 비중을 축소하고, 내용 및 편성의 비중을 확대했다. 방통위는 “각 매체별 총점은 유지한 상태에서 시청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운영의 배점을 줄이고 대신 내용과 편성의 배점을 높여 방송의 품격을 제고하는 한편 편성의 다양성과 균형성을 강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방송 심의 관련 제규정 준수 여부 평가’의 감점 수준을 강화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이 방송 심의 규정을 어겼을 때 부과하는 감점은 전체적으로 1.5배 강화했고, 공정성‧객관성‧재난‧선거 방송의 심의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배로 늘렸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시정 명령,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해당 방송사에는 각각 –1, -2, -4, -10~15의 감점이 부과된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을 비롯한 방송계에서는 ‘공정성‧객관성’이라는 모호한 평가 기준이 자의적 판단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심의를 담당하는 방심위도 그간 자의적인 심의 결과들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르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여야 6대 3 구조로 권력 비판 보도에 대한 표적 심의, 정치 심의, 공안 심의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검열 기구로 전락한 기관이 방심위”라며 “자신들의 심의 결과가 법원에서 번번이 뒤집히고 있음에도 권력 비판 보도에는 재갈을 물리고 정부 여당 편들기 보도는 옹호하는 등 이미 분별력을 상실한 상태인데 이런 방심위에 방송사의 재허가‧재승인의 중차대한 평가 요소를 맡기겠다는 것은 한 마디로 ‘고양이 앞에 생선 맡기기’”라고 비판했다.

방송협회는 또한 정정 보도나 명예훼손 관련 판결 결과를 감점으로 반영시키는 것도 재허가와의 연계성을 악용한 소송과 정정보도 신청 남발로 이어져 방송사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 보도 결정이 나면 6점, 법원의 정정 보도‧허위 보도에 따른 명예훼손 판결이 나면 8점을 감점하는 대신 방송사 자체적으로 관련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외부 자문을 받는 등 타당성 높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 3점 가점을 주기로 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방통위가 내세우는 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급하게 이를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언론 통제를 시도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라며 “방통위는 국회나 여러 언론들의 문제제기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