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심의, 자율심의 전환 필요해” ...

“방송심의, 자율심의 전환 필요해”
‘디지털 대전환 시대, 콘텐츠 혁신과 창의성 강화 위한 방송심의 개선 방안’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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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행정기관이 수행하는 국가 중심적 방송 심의가 방송의 자유뿐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와 주권자의 의사결정까지 제한하기 때문에 자율심의 제도로의 전환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5월 17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최우정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現 한국언론법학회장)는 “권력적 규제기관의 행정지도는 정기적으로 방송 사업에 대한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법제도와 맞물려 칼날을 감춘 흉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자율심의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현행 방송심의제도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꼬집었다. 최 교수는 “방송심의의 방법과 개시의 절차 같은 사항이 법률이 아니라 방심위의 규칙으로 위임되어 있어 심의기관의 자의적인 선택에 따라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현행법 상 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위원 구성 방식으로 볼 때 집권 세력이 국정 홍보를 방송으로 관철시키는 하나의 정치기관으로 전락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최 교수는 현행 방송심의의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소개하며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공익’이라는 기준만으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내리기 어렵다”며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제한에 요구되는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현행 방심위원의 자격 규정도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고 보았다. “결격사유를 규정하는 것 외에 심의위원의 전문성이나 자격을 요구하는 규정이 전혀 없는 현 제도는 사실상 위촉자의 자의에 맡겨둔 것과 다름없다”며 “선거에 승리한 집단이 엽관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전형적인 법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글로벌 OTT 등 디지털 매체로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의 이용 축이 변경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언급하며, 현행 방송심의 제도의 시대적 지체를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급변한 미디어 생태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방송 매체에만 초점을 맞춘 불균형한 규제의 틀은 사업자 간의 역차별을 발생시켜 형평성을 해치고, 방송심의 제도의 정당성 또한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구태에 머물고 있는 강력한 방송심의가 OTT 사업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제 체계도 형성하지 못한 입법적 불비는 결국 우리 방송산업의 발전과 혁신의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 교수는 심의제도의 패러다임을 ‘사업자 중심의 자율심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자율규제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방송심의는 늘 정치적, 경제적 영향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 부담은 결국 방송 사업자와 국민이 안을 수밖에 없다”며 “자율심의 전환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이 공적 규제를 자율심의에 맡기고 있는 세계적 추세가 보여주는 시대정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