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지배 구조 개선 논의 또다시 수면 위로

방송 지배 구조 개선 논의 또다시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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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논의가 또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는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논의가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91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유승희최민희송호창 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감 이슈 연속 토론회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방송 지배 구조 개선, 해법은 무엇인가에 참석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방송이 방송법에 명시된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배 구조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통합방송법 개정 논의에 방송사 지배 구조 개선 내용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 문제는 하루 이틀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KBSMBC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구조 자체가 정부와 집권 여당의 입김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 지배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공정성 시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난 10여 년 동안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기되어 왔다.

이날 최 교수가 제시한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방안 민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방안 방송사 이사 및 사장 자격 요건 강화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 확보 방송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 확보 등도 그동안 제안되어 온 내용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최 교수는 이전에 공영방송에 초점을 맞췄던 논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민영방송도 아우르는 방안들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방송법에 명시된 방송의 공적 책임과 시청자 권익 보호, 민주적인 여론 형성이라는 방송의 사회적 책무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에 관계없이 모든 방송 사업자에게 공통으로 부여된 의무라며 방송사 전체의 지배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선 MBC, EBS의 이사회 규모를 KBS 이사회(11) 규모와 동일하게 맞추고 여야 각각 4인 추천, 여야 합의로 3인을 추천한 뒤 여야 합의 추천 인사 중에서 이사장을 호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사 추천과 사장 임명 권한을 없애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공영방송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이사를 추천토록 했다. 공영방송의 사장 역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국회, 시청자, 종교, 여성 등 15개 분야를 대표하는 30인의 위원으로 구성해 사장 후보자의 3배수를 추천토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SBS와 같은 민영방송의 지배 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방송 사업자의 주주 대표, 종사자 대표, 시청자 대표가 각각 2명씩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그 기구에서 합의를 거쳐 추천한 사람 중에서 사장과 이사를 선임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주식이나 지분 총수의 1000분의 2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사회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 수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방송법이나 노동관계법을 위반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도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KT 사외이사를 겸직해 논란이 일었던 이춘호 EBS 이사장의 사례를 들며 공영방송 이사장이 방송통신 법인의 이사를 겸직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방송통신 관련 규제기관 및 정부행정부처에 재직하고 있거나 퇴직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은 사람, 방송통신 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의 100분의 1이상을 소유한 사람도 공영방송 이사나 사장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현업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10여 년 간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가지 방안도 도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통합방송법 개정 논의에 당장 적용 가능한 몇 가지 방안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배 구조 개선 내용은 여야의 입장 차가 큰 만큼 어려울 수 있다며 우선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노사 동수 편성 위원회 구성으로 내부의 건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놓고, 최악을 걸러내는 역량을 키워 놓는다면 어떤 사장이 와도 최소한의 견제는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역시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 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음에 공감의 뜻을 표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