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지상파방송은 일부 방송 마니아나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을 위한 방송이 아니다. 지상파방송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간 방송이자 방송 정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으며, 무료 보편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그러므로 지상파방송은 언제 어디서든 차별받지 않고 공평하게 시청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4+1’이라는 700MHz 주파수 배분 방안은 지상파의 초고화질(UHD) 방송을 순탄하게 안착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상파방송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고 유료방송의 프로그램 공급업체 정도로 격하시켜 버렸다.
정부안대로면 EBS가 따로 떨어져 나가 버린 상황에서 지상파 시청자는 EBS 채널 하나 더 보기 위해 VHF 안테나를 추가로 달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에 대한 차별이다. 지상파는 일찍이 UHD 전국 방송을 위해서 11개의 채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최소한 9개의 채널을 확보해야 전국 방송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국 방송이 불가능한 4+1 안을 제시했다. 이는 명백한 지역 차별이며, 경제적 약자와 서민에 대한 차별이다.
지난날 HD 전환 시 방송기술인들이 요구한 유럽 방식 대신 SFN이 불가능한 미국 방식을 선택한 결과 주파수 이용 효율이 떨어졌고 이동 수신도 불가능해 지면서 직수율 하락을 부채질한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대도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직접 수신 가구의 비율의 높은 중소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에 지상파 UHD 방송을 동시 송출하는 것이 지역차별 해소와 직수율 상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4+1 이라는 정부안에는 지상파를 유료방송의 UHD 방송 활성화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지상파가 UHD 방송을 시작하면 유료방송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받아서 송출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지지부진한 유료방송의 UHD 콘텐츠 확보 문제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 UHD 방송은 반드시 최단 시간에 전국 방송을 실시해 매체 경쟁력도 확보하고 시청자 복지도 이루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만 한다. 만에 하나 4+1 안이 시행되더라도 지역방송 주파수 확보 방안과 시기를 명확히 해야 된다. 더불어 지상파 전국 방송이 시작될 때까지 UHD 콘텐츠의 유료방송 송출을 미뤄야 한다. 더 이상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방송의 일개 프로그램 공급 채널로 전락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
희미하지만 지상파 플랫폼은 아직 살아있다. UHD 방송은 꺼져가는 지상파 플랫폼의 불꽃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지상파의 위상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