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미디어렙법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새누리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단독처리한 미디어렙 법안의 후속 조치가 취해지면서 일각에서는 ‘법안 자체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고시’ 제정을 앞두고 지난 5일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를 두고 OBS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인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디어렙법의 부실 입법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이하 OBS 노조)는 2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방통위 앞에서 ‘OBS의 공영 미디어렙 지정’과 ‘적정 광고액 보장’은 OBS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면서 고시안의 변경을 촉구했다.
현재 방송 광고 판매는 지난 2월 통과된 미디어렙법에 따라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 두 곳이 대행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방통위는 이달 5일 전체회의를 열었는데, 방송사 중 유일하게 OBS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7:3 분할 지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공영 미디어렙과 민영 미디어렙에서 OBS의 광고를 나눠 분산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OBS 노조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어 고시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방통위가 제시한 결합판매 시스템으로는 OBS의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디어크리에이트는 사실상 SBS의 미디어렙’
또한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가 SBS 지분이 40%에 달하는 사실상 SBS의 미디어렙인 것도 OBS 반발의 또 다른 이유다.
방송권역이 중복되는 SBS가 경쟁상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OBS를 견제하기 위해 광고 판매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OBS 측은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의 광고 판매액이 6.6.%에 그쳤음을 제시하고 있다.
김용주 OBS노조 지부장은 “오늘 일자 한겨레신문에 SBS 관계자의 인터뷰가 나와 있는데 그 분이 ‘OBS를 중소 방송사로 볼 수 없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 말 뜻은 잠재적으로 OBS를 경쟁상대로 견제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대로 진행된다면 자립기반이 거의 없는 OBS는 퇴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편의 1/10 만이라도’
이 자리에 함께한 언론·시민단체들도 방통위가 엄청난 국민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종합편성채널에 온갖 특혜를 안겨 주었는데 그 중 10분의 1만이라도 OBS에 쏟으면 OBS는 공적 방송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100% 자체편성과 50% 자체제작을 하는 독립지역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재방송 비율 70%에 달하는 종편 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몇몇 전문가들은 “경쟁 체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방송의 공공성을 도모하기 위해선 미디어렙 지분 비율과 소유제한 등 몇몇 독소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미디어렙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 미디어렙법은 문방위 통과 당시에도 종합편성채널에 온갖 특혜를 제공한 몇몇 조항들 때문에 언론계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이후 3년 넘게 표류해오다 지난 2월 문방위를 통과했지만 미디어렙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