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TV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 … 시청권 침해

무분별한 TV 화이트 스페이스 활용 … 시청권 침해

617

(방송기술저널=백선하) ‘TV 화이트 스페이스(이하 TVWS)’를 활용한 시범 서비스 시연회가 열린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TVWS 활용이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TVWS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24~25일 제주도 행원리와 사계리 등 TVWS 시범 서비스 운영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정보화 담당자, 지역별 테크노파크 관련자, 시범 서비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 중인 사업들의 시연회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TVWS란 국내 아날로그 TV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TV 방송용 주파수 대역(470~698MHz) 가운데 방송 사업자가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 대역을 의미한다.

구 방송통신위원회는 전파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이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담은 기본 계획안을 확정했고, 지난해 7월 미래부가 시범 서비스 사업자(MBC와 CJ헬로비전, 제주테크노파크, 위월드, 한국전력공사 등 5개 컨소시엄)를 선정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 주파수 대역이 소규모 통신망 구축 시 기존 와이파이보다 전파 도달 범위가 넓고, 전파 투과 능력이 뛰어나 저렴한 비용으로 넓은 커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효율적 전파 활용을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시연회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시행하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서비스와 제주테크노파크의 도서․산간지역 와이파이 서비스 등이 시연된다.

미래부는 시연회 계획 발표와 동시에 “TVWS는 설비를 갖춘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다. 활용도가 높은 것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우선적으로 지자체를 대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래부의 이 같은 정책은 TVWS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움직임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TVWS은 각 채널의 경계선에 비워진 부분으로 전파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TVWS 활용은 그 자체로 시청자의 시청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이 노출되고 있는 주파수 대역 사이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전파 간섭은 불가피하다”며 TVWS 활용은 방송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TVWS는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전파 간섭 없는 방송을 위한 완충지대란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지상파 사업자들과는 2011년에 이미 연구반을 구성, 검토 및 논의 끝에 TVWS 활용이 지상파방송을 간섭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출력 제한 등 기술 기준을 제정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TVWS 발굴에 앞서 행해지는 무선 인지(Cognitive Radio, 이하 CR) 기술 작업이 졸속으로 이뤄진 점을 지적하고 있다. CR은 기존의 방송 서비스를 보호할 수 있도록 주변의 전파 환경을 측정해 사용하지 않는 채널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데이터베이스 작업에서 지상파방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준을 ‘방송사 허가증 내부의 방송 구역’과 ‘전파 시뮬레이션 교집합’으로 단순 산출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방송 전파가 도달하는 모든 지역을 1순위로 보장하고, TVWS를 발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래부는 전파의 속성을 무시한 채 평면적․단순적 수치 계산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TVWS는 비어 있는 대역이 아니다. 방송 사업자들이 전파 혼․간섭을 우려해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부러 비워놓은 부분이다. 이 같은 개념에도 불구하고 미래부가 TVWS를 ‘노는 주파수 대역’으로 인식하고, 주파수 활용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분명히 전제부터가 잘못된 정책이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이후에도 난시청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TVWS를 마치 남아도는 주파수인 것처럼 인식하고 정책을 펼치는 것은 시청권을 염두에 두지 않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면서 미래부의 정책이 변화 없이 진행될 경우 보편적 방송 서비스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