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기만 한 재난방송은 안녕”…KBS 유튜브 채널 ‘세이프K’

“무겁기만 한 재난방송은 안녕”…KBS 유튜브 채널 ‘세이프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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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2천개의 CCTV로 전하는 실시간 ‘롤링캠’부터 생존법 영상까지 다양
“시청자 눈높이 맞게 KBS의 역량 발휘…아직은 병아리지만 계속 실험해 나갈 것”

[기사발신지=연합뉴스(서울)] 재난감시 카메라로 전국에 내린 폭설 상황을 보여주고, 오랜 마스크 착용과 안구건조증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쉴 새 없이 오는 재난 문자를 관리하는 법까지 다양한 재난 대처법을 알려주는 신선한 채널이 등장했다.

KBS 재난방송센터의 유튜브 채널 ‘세이프K’가 그 주인공이다. 자칫하면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재난방송’이라는 KBS의 정체성이 ‘세이프K’를 통해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다.

‘세이프K’ 팀의 김민철(49) KBS 재난방송센터장, 강민수(47) KBS 기자, 김용준(34) KBS 기자는 최근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건물에서 이뤄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개 무겁고 진지하기만 했던 재난 관련 콘텐츠들을 타파하고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친근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김민철 센터장은 “2019년 고성 산불 이후 재난방송에 대한 비판을 직면하면서 원래 있던 ‘세이프K’라는 채널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채널의 정체성이 변화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사실 저희가 하는 형식이 아주 새롭다고 볼 수는 없어요. 유튜브에 맞는 문법을 쓰면서도 어떻게 하면 KBS가 가진 공신력과 재난방송주관사의 책무를 모두 이행할 수 있을까, 그 교집합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는 거죠.”
‘세이프K’에서 가장 높은 조회 수를 자랑하는 콘텐츠는 ‘롤링캠’이다. KBS 재난방송센터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재난감시 시스템에 외부기관의 시스템을 더해 약 1만2천개의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롤링캠’은 새해 첫날 해돋이, 전국의 폭설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외에도 기자들의 재치 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이게 뭔 난리야’, 인기 유튜버 일주어터와 함께하는 ‘일주어터의 생존수첩’ 등도 좋은 성적을 보인다.

강민수 기자는 “아직 구독자 8천여명의 병아리 채널이고 인큐베이팅 같은 초기 단계이지만 계속해서 실험해나갈 예정”이라면서 “과거의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서 시대 분위기와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게 우리가 가진 인프라나 역량을 자연스럽게 발휘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도 “재밌게 풀어가면서 한 영상에서 한 가지 이야기만 다루자는 게 원칙”이라고 동조했다.

“일단 재밌어야 해요. 일단 사람들이 봐야 하니까요. 또 수업을 듣는 것처럼 많은 것을 얘기하기보다는 시청자분들이 영상을 보시고 나서 생존법을 하나라도 머릿속에 남기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혁신적인 시도와 함께 ‘세이프K’는 지난해 말 300명 수준에 머물렀던 구독자 수가 최근 두 달간 약 8천명 이상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보인다.

앞으로도 강 기자와 김 기자가 직접 다양한 재난을 체험하는 형식의 ‘깡브라더스’, 재난과 생존을 주제로 한 웹 드라마 ‘계이트’ 등 새로운 콘텐츠들도 기획 중이다. 인기 유튜버 쯔양과의 협동 방송을 통해 먹방에 재난이라는 소재를 가미한 영상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재난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보고 싶어 하지 않지만, 막상 닥치면 정보에 대한 수요는 폭증하기 마련”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재난을 생존과 안전이라는 키워드로 친근하게 녹여내 평소에도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예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며 바람을 밝혔다.

“재난 방송이, 한 줄의 짧은 기사가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게 언뜻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유튜브를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재난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그걸 바탕으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죠. 단기적인 목표는 올해 내에 실버 버튼을 받는 거예요. 지금처럼 해 나가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