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을 보류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과방위는 망 사용료에 대한 법안심사소위원회 의결을 보류하는 대신 공청회를 열어 속도감 있게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는데, 글로벌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움직임과 반대 여론에 신중론이 대두하면서 과방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와 관련된 법안이 6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김상희, 이원욱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 박성중 의원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으며,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망 사용료 지불을 위한 계약 체결 근거를 마련하고 지급 거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 4월 법안소위를 열고 망 사용료 의무화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의결을 보류했다. 당시 과방위는 공청회를 통해 주무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 관련 전문가 및 사업자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법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속도를 내자 유튜브와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은) 본질적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업체에 이중으로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비용은 국내 유튜브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마땅히 누려야 할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과방위의 망 사용료 공청회를 시작으로 ‘인터넷을 지킵시다! 망 중립성을 지킵시다! 우리는 ‘망 이용료’ 법안에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반대 청원 캠페인이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10월 11일 오후 서명자 수는 23만 9,900명을 돌파했다.
게임 생방송을 해주는 아마존의 트위치가 최근 ‘한국 서비스 운영비 증가’를 이유로 국내 서비스에서만 동영상 화질을 최대 720p(HD)로 낮춘 것도 반대 여론에 힘을 더했다.
여론이 돌아서자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던 과방위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국감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로 떠올랐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어떤 근거로 입법하고 이용료를 산정하냐”면서 “민간 갈등을 정부가 개입해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망 사용료가 입법화되면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해외에서 사업할 때 똑같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콘텐츠 제작자들이 직격탄을 맞는 문제 등이 있다”며 입법화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방위는 오는 21일 열리는 방통위 종합감사에서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과방위는 이날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와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 레지날드 숌톤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대표를 일반 증인으로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