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쩐(錢)의 전쟁’으로 불리는 주파수 경매가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과열 경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3년 경매보다 최저 경쟁 가격이 1조 원 이상 많은 만큼 두세 배 이상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란 분석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4월 18일 과천정부청사에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를 방문해 주파수 경매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오후 2시 KT를 시작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한 시간 간격으로 접수를 마무리하고, 주요 임원이 직접 참석하는 등 이동통신 3사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번에 할당될 주파수 및 대역폭은 △700MHz대역 40MHz폭(A블록) △1.8GHz대역 20MHz폭(B블록) △2.1GHz대역 20MHz폭(C블록) △2.6GHz대역 40MHz폭(D블록) △2.6GHz대역 20MHz폭(E블록) 등 총 5개 블록 140MHz폭이다.
각 사업자는 140MHz폭 중 최대 60MHz폭까지, 광대역 활용이 가능한 A, C, D블록은 최대 1개까지만 할당받을 수 있다. 이용 기간은 신규 공급 대역인 700MHz, 1.8GHz, 2.6GHz 대역은 주파수 할당일로부터 10년, 2.1GHz 대역은 5년이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파수는 2.1GHz대역이다. SK텔레콤이 사용해 온 이 대역은 기간 만료로 매물로 나왔다. 만약 이 대역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전국 85개시 3만9,000개 기지국을 구축하는 데 투자한 비용을 날리고 기지국 이전 비용, 새로운 대역의 기지국 구축 비용을 새롭게 투입해야 하는 만큼 SK텔레콤의 과감한 베팅이 예상된다. 또한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2.1GHz대역을 확보하지 못한 LG유플러스도 이 대역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어 2.1GHz대역을 확보하기 위한 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2.6GHz대역을 누가 확보할 것인가도 주요 이슈 중 하나다. 만약 LG유플러스가 2.6GHz대역 경매 대상을 다 확보할 경우 통신용으로 할당된 2.6GHz대역을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2.1GHz대역과 마찬가지로 2.6GHz대역도 전 세계적으로 롱텀에벌루션(LTE) 용도로 쓰이고 있어 장비나 단말기 수급 등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대역은 재난안전통신망 시범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무선마이크 단속을 2020년 12월까지 미루기로 하면서 간섭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무선마이크로 인한 간섭 때문에 SK텔레콤과 KT가 700MHz 주파수의 효용 가치를 낮게 판단할 가능성도 있어 2.1GHz대역이나 2.6GHz대역처럼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매는 우선 1단계 동시오름입찰(50라운드)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하고, 1단계에서 경매가 종료되지 않을 경우 2단계 밀봉입찰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혼합 방식을 적용한다. 입찰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제한 시간은 동시오름입찰 40분(라운드당), 밀봉입찰 4시간이다. 입찰 제한 시간을 감안하면 하루에 약 7라운드 내외로 진행되고, 최대 50라운드까지 진행된다면 최종 낙찰까지 약 8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매 시기는 4월 25일~27일 사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5월 5일 이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보안 유지를 위해 경매가 진행되는 장소는 공개치 않기로 했다.
최저 경쟁 가격은 A블록 7,620억 원, B블록 4,513억 원, C블록 3,816억 원, D블록 6,553억 원, E블록 3,277억 원이며 최종 할당 대가는 가격 경쟁을 통해 확정된다. 최종 낙찰가의 기준이 되는 입찰증분은 2013년 경매와 동일한 수준인 0.75%로 결정됐다.
미래부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거래되는 만큼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경매장은 기본적으로 24시간 출입통제와 함께 도청 장치 유무를 매일 점검하고, 사전 등록해 보안 검사를 마친 경매용 사무기기 외에는 일체의 통신기기와 전자장치의 반입을 금지한다. 또 입찰실마다 입회자 2명이 상주하며 진행 안내를 하고, 입찰자 상호 간의 접촉을 금지한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번 경매가 공정하고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경매 운영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