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일정만 맞추면 장땡?

디지털 전환, 일정만 맞추면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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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 31일로 예정된 아날로그 TV 방송 종료를 앞두고, 디지털 방송 전환을 촉구하는 TV 안내 자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날로그 TV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노출 중인 디지털 방송 전환 고지 자막의 크기가 화면의 절반을 가질 정도로 커지면서 시청권을 침해 당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7월부터 자막 크기를 화면의 절반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보급률이 98% 이상인 지역부터 화면 전체를 가리고 자막을 내보내는 ‘가상종료’를 실시한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올 1월부터 아날로그 TV 방송 종료 안내 자막을 내보내고 있다.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 기존 아날로그 형식의 TV로는 방송 시청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화면의 20~30%에 불과했던 안내 자막의 크기가 50%로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안내 자막이 화면의 대부분을 가려 방송 시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방통위 측은 ‘디지털 방송 전환을 홍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화면 전체를 가리는 ‘가상종료’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를 둘러싼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방송 전환은 자막고지 → 가상종료 → 상시가상종료 → 완전종료 순서로 진행되는데, 가상종료는 5~10분 동안 화면 전체에 자막 안내가 이뤄지고 상시가상종료는 24시간 내내 화면 전체에 자막이 고지되는 방식이다.

보급률이 높은 순으로 시행되는 가상종료는 지난달 울산으로 시작으로 원주와 횡성 등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방통위 측은 “연말에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다는 것을 명확히 모르거나, 자신이 해당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연말에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면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가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가상종료를 통한 조기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상종료를 통한 아날로그 TV 방송 조기 종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방송 전환을 5개월 앞두고 있는 지금, 아날로그 방송이 끊어질 경우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고 있는 55만5000여 가구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미국이나 일본, 영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가 지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무턱대고 시기만 앞당기려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일부 언론·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디지털 전환 시기를 늦추더라도 직접 수신 가구뿐만 아니라 과거 아날로그 난시청으로 인해 케이블 방송 등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던 가구들에 대해서도 직접 수신으로 전환 의사를 밝히는 시청자들에 한해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종료를 통해 디지털 전환 직후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가 ‘시기를 늦추더라도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