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윤석열 정부 내내 위법 논란이 일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 조직 개편의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 및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중앙행정기관이지만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이 미치지 않는다. 2008년 이전 방송위원회를 개편하면서 정보통신부의 통신 부분을 통합시켜 만들어졌다. 5인 합의제 기관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 추천으로 임명한다. 국회는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
윤석열 정부 내내 논란의 한 축이었던 방통위의 문제는 지난 2023년 국회 야당 추천 몫인 당시 최민희 후보자 위촉을 미루면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으로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내정했으나 대통령실에서는 최 전 의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며 임명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후 민주당과 최 전 의원은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결국 7개월 넘게 지연되자 최 전 의원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때부터 방통위 2인 체제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2인 체제 아래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 YTN 최대주주 변경, 수신료 분리징수 등 민감한 사안의 의결을 강행했다. 이후 법원은 방통위는 합의제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2인 체제 방통위에서의 결정을 문제 삼았고, 방문진 이사장 해임과 방문진 이사 임명, EBS 사장 임명 등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물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리며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는 기각됐지만 일부 재판관들은 “2인의 위원만 재적한 상태에서는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고, 이는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한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상임위원 3명 이상이 있어야 방통위 전체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된 해당 법에 대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치권과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방통위 체제 및 업무 재조정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합의제 정신에 맞게 방통위 운영 체제를 개편하고, 방통위 업무 범위 조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방송 및 통신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디어 산업을 다루는 부처가 방통위 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산재돼 있어 일관된 정책 수립 및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제기된 내용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4월 8일 논평을 통해 “방송 광고와 매출이 급감하고, 방송 산업의 위기가 심화 되는 가운데 주무 기관인 방통위 위원장이 정파성을 드러내며 정쟁만 일삼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합의제 기능을 상실하고 한계를 드러낸 방통위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차기 정부에서는 방송 규제 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규제와 진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을 개편함으로써 방통위 2인 체제를 해소하고, 미디어 정책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역시 4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미완에 그친 언론개혁의 뼈아픈 과거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공영방송 정상화,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주적 개편, 민주주의와 시민의 삶을 위협하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등 미디어 생태계 정상화 등 언론개혁 과제 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뒤 국회와 새 정부를 향해 “방통위가 방송 공공성과 방송 독립성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기구 개편을 통해 미디어 공공성 강화의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방심위 구조 개편과 기능 조정을 통해 언론통제 수단으로 동원될 가능성을 차단해 미디어 생태계를 정상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