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만만하니? 만만하네! ...

[기자수첩] ‘방심위’ 만만하니? 만만하네!
방심위, JTBC <뉴스룸> 태블릿 PC 보도 안건으로 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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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친박 보수 단체에 무릎을 꿇었다. 방심위는 2월 15일 JTBC <뉴스룸>의 태블릿 PC 보도를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을 주축으로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친박 보수 단체 회원들이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1층 로비를 점거한 데 이어 건물 앞에 태극기 천막을 설치해 장기 농성을 벌인 결과다.

친박 보수 단체 회원들은 1월 16일부터 2월 8일까지 방심위가 있는 방송회관 1층 로비를 불법 점거한 뒤 2월 9일부터는 방송회관 정문 앞으로 장소를 옮겨 태극기 천막을 설치하는 등 농성을 이어갔다. 이들은 “검찰과 JTBC가 증거 조작으로 역대 가장 깨끗한 대통령을 음해하고 있다. JTBC 태블릿 PC 보도는 허위‧왜곡 보도”라고 주장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얼토당토 않은 허위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도 “방심위가 조작 방송을 징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됐고 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그들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방심위가 그동안 얼마나 만만했기에 막무가내로 윽박지르고 겁박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걸까”라고 토로했다.

방심위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방심위가 그동안 아무리 보수 편향의 심의 결정을 해왔더라도, 보수 단체의 압박에 못 이겨 JTBC의 태블릿 PC를 조작이라고 징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수사권도 없는 방심위가 태블릿 PC의 진위 여부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판단할 권한과 능력이 없을뿐더러 9명의 심의위원 중에 검찰과 특검에서 인정한 사실을 부정할 정도로 무모하고 무책임한 인물은 없으니 제발 농성 중인 애국보수 어르신들은 가정으로 돌아가서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방심위는 구성원들의 이 같은 성토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방심위가 친박 보수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JTBC <뉴스룸>의 태블릿 PC 보도를 안건으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심위의 행동에 시민사회단체와 언론협업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2월 1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태블릿 PC 보도에 대한 ‘청부 심의’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JTBC가 특종 보도한 태블릿 PC 기사는 이미 특검 조사를 통해 조작의 가능성이 없다는 게 드러났는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방심위가 태블릿 PC를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는 것은 농성이나 외부 압력에 밀렸다는 것”이라며 “만에 하나 가짜 뉴스로 진짜 뉴스에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행위에 나서는 것은 정정당당한 언론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엄청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PD연합회도 2월 14일 성명을 내고 “검찰과 특검에서 이미 사실로 확정된 보도를 문제 삼는 것은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을 교란하려는 음모”라며 “방심위가 취할 선택은 JTBC의 태블릿 PC 보도를 심의에 올리겠다는 생각 자체를 포기하는 것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미루어 짐작건대 방심위는 해당 안건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JTBC의 태블릿 PC 보도를 심의에 올린 것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관련 업계를 놀라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만만할까’라는 질문에 ‘만만하다’라는 대답을 내놓은 방심위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