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다채널, 디지털 시대 공공서비스 확대 위한 필수 요소

[기고] 지상파 다채널, 디지털 시대 공공서비스 확대 위한 필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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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상파 텔레비전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점을 2012년 12월 31일 4시로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그러나 미래 디지털 방송의 시청자로서 방송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에 대한 궁극적 평가 기준인 일반 시민들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준비는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국민들의 디지털 전환에 관한 인식은 2009년을 기준으로 55.8%에 불과하며, 수신기 보급률도 55.1%에 그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당위성과 타당성은 국민들이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와 그 혜택을 인식하고 누릴 수 있어야 확보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다채널화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국민 설득과 동기유발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 당위성과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론이다.
현 시점에서 지상파 방송의 다채널화는 MMS와 KBS가 제안한 KoreaView Plan을 통해 구현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방통위의 3DTV 도입 추진 움직임은 이러한 디지털 지상파 다채널과 현재는 상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전환 추진 초기에 논의되었던 지상파 다채널인 MMS는 시범방송에서 나타났던 기술적 문제들은 해결되어 주 방송의 품질 저하 없이 실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실시되지 않고 있으며, KoreaView는 실험방송 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반면에 3DTV 추진정책은 매우 적극적이며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나 MMS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신속하다. 2009년 10월, 2010년 한 해 동안 3DTV 실험방송에 20억 원을 책정한 방통위 예산안이 확정되었고, 두 달 후인 12월 21일에는 세계 최초로 Full HD급 지상파 3DTV 실험방송을 2010년 10월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 후 ‘3DTV 실험방송 추진단’ 발족, 3DTV 실험방송 추진 실무T/F팀 출범, ‘3DTV 방송 진흥 센터’ 설립, 범정부적인 ‘3D 산업 발전전략’ 발표, 지상파 3DTV 시범방송 허용, 3D 시청 안정성 협의회 출범이 이어졌고, 세계 최초의 지상파 3DTV 시범방송이 2010년 5월 19일 실시되었다. 즉, 이 모든 것이 채 1년도 안된 8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급격하게 3DTV 도입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차세대 방송시장의 선점’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3DTV는 MMS나 KoreaView와 같은 지상파 다채널과 상충관계에 있다. 그 이유는 기존 6MHz 대역에서 멀티플렉스 서비스와 3D를 동시에 구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3DTV에 대해 방통위는 별도의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고 MPEG4 압축 기술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1개 채널을 이루는 현재의 6MHz 대역에서 지상파 3DTV를 실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6MHz 대역에서 3DTV를 하게 될 경우, 6MHz 대역 거의 전체를 사용하게 돼 다채널을 실현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 지상파의 다채널과 3DTV는 선택과 배제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나 추가적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해결 방안이 모색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디지털 지상파의 다채널이 달성된다고 해서 3DTV를 전혀 도입할 수 없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3DTV를 도입한다고 해서 디지털 지상파의 다채널화를 가로 막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두 방식은 향후 디지털 지상파 방송에서 수용자 복지와 선택권 확장 등 공공서비스 확대의 맥락에서 모두 달성되어야 할 과제라는 의미다. 다만, 현재의 시점에서 두 가지 방식이 상호 충돌한다면, 우선순위는 이미 기술적 검증이 완료되었고, 구현 가능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다채널화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료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채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디지털 정보격차와 채널 선택권 확장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상파 다채널의 도입은 필수적이며, 지상파방송 다채널화의 신속한 시행을 위해 두 가지 원칙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상파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 확대라는 원칙이다. 이는 디지털 TV 구입에 이중삼중의 지출을 하도록 만든 정책 난맥에 대해 서비스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최소한의 보상에 해당한다.
둘째, 유료방송에 대한 산업적 피해 최소화라는 원칙을 꼽을 수 있다. 지상파 다채널의 조속한 도입을 가로막아온 방통위의 기술적 정치적 고려사항이 실현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유료방송이 지상파 다채널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는 현실은 매우 중요하다. 유료방송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상파방송의 콘텐츠 경쟁력, 이를테면 유료방송에 진출한 지상파방송의 계열 PP들이 지상파 다채널로 편입될 경우 유료방송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KBS에서 추진해온 KoreaView의 채널 구성 방식(24시간 보도전문채널, 영어전문채널, 유료방송 진출 KBS 계열 PP들의 MMS 포함 등)은 유료방송을 자극해 한층 더 우려하게 만든 게 사실이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의 조속한 다채널화를 위해서는 유료방송의 이런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상파 다채널 도입은 KBS가 제안한 KoreaView처럼 ‘1HD(압축 기술 MPEG2 적용)+3SD(압축 기술 MPEG4 적용)이 아니라, ’1HD+2SD‘로 구현하는 MMS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유료방송의 우려를 해소하고 키스테이션과 그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는 현 지상파방송 체제를 감안해 MMS 도입을 통해 생겨나는 ‘동일한 주파수 대역의 단위 여러 개’를 최소화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MMS는 방통위가 특정 시간대별이나 특정 프로그램별로 3D 방송을 할 의무를 부가하고, 지상파방송 및 시민사회와 합의해 MMS 서비스의 구체적 내용을 지정해 각 지상파방송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