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방송장비 업체, 왜 성장 못하나

국산 방송장비 업체, 왜 성장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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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방송장비 업체는 대략 250개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국 방송장비 시장이 3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몇몇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방송장비 업체는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핵심적인 방송장비는 모두 외산 방송장비 업체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정구 방송장비산업센터 전문위원은 3월 4일 서울 세종대에서 열린 국산 방송장비 홍보 로드쇼에서 이러한 ‘국내 방송장비의 외산 쏠림 현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내 시장 수요의 80%를 외산 장비에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 방송시장에서 국내 방송장비 업체는 거의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핵심장비가 아니라 소모용 액세서리에 집중한 영세한 장비 업체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방대한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송장비 업체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선 국내 방송장비 업체에 대한 불신이다. 실제로 일부 관공서의 경우 특정 장비를 입찰할 때 국내 방송장비 업체를 배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내 방송장비 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기술력을 가지기 어렵고, 당연히 내수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외면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게다가 방송장비 및 설치의 큰 그림을 그리는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이 방송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때 높은 마진을 얻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이 장비 세팅 시 외산 장비를 끼워파는 한편, 과설계를 유도해 수익을 올리는 것에만 열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일탈행동’은 전문가 집단인 방송사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대부분 방송장비를 필요로 하는 관공서와 일반 회사에서 이뤄진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방송장비 업체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방송장비 구축 운영 지침을 지난해 하반기에 마련했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3억 원 이상의 방송장비 구축사업이 진행되면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을 이끌기 위해 입찰 전에 규격서 심의위원회를 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공기관, 즉 관공서부터 국산 방송장비로 채우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미래부의 영역이 일반적인 방송장비의 틀을 넘어, UHDTV 영역을 아우르는 고도화된 영역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