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가 어려운 상황인데 주요 광고주들은 해외로만 나가고 있다. 국내 상황이 어렵다면 해외보다는 국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 10조 원이 넘는 해외 광고 중 2조2000억 원 정도만 국내로 전환해도 국내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광고시장의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원창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 사장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원창 코바코 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여건 때문에 광고주의 심리가 위축돼 국내 광고 산업이 침체기를 맞고 있다”며 “광고시장의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만큼 국내 주요 광고주들이 해외 광고 중 일부를 국내 광고로 돌려 국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면서 광고 경기 역시 지난해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슬로모션형 장기불황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광고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이 사장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면서 “아모레퍼시픽, 성광전자 등은 불황일 때 투자해 호황기에 탄력이 붙었다. 불황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국내 기업이 초당 광고 단가가 1억 원에 육박하는 슈퍼볼 등에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는 현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슈퍼볼 광고에서 갤럭시노트를 소개하는 2분 분량의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약 1,5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6년 연속 슈퍼볼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7편의 광고를 선보이며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광고를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광고 단가가 초당 1억 원이지만 폭발적인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해외 광고 금액 전체가 아닌 그 중 일부만 국내 투자로 돌린다면 기업 활동에도 전혀 지장이 없고, 국내 광고 산업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며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준 국내 산업에 책임의식을 갖고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는 입장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