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8월 31일 본회의를 열어 구글갑질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재석 188명 중 찬성 180명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의 핵심은 애플리케이션 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이른바 인앱 결제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인앱 결제란 구글이나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만 유료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인앱 결제를 오는 10월부터 모든 앱과 콘텐츠에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게임 앱에만 수수로 30%를 강제해왔는데 이번부터는 음악이나 웹툰 등 모든 콘텐츠 결제 금액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어서 콘텐츠 가격 인상과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모바일산업협회는 구글의 예정대로 10월부터 30% 수수료가 강제된다면 2021년 총 수수료(게임+비게임)는 2020년 대비 885~3,442억 원(8.4%~32.7%)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구글이나 애플의 인앱 결제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국제적으로 있었지만 이를 법으로 규제화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주요 외신들이 구글갑질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 법안이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갑질방지법이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법이라고 평했다. 이어 “구글과 애플의 수익성 높은 디지털 매출 수수료가 위협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애플과 구글이 미국에서도 유사한 법적 도전에 직면해있다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반독점행위를 금지한 ‘오픈 앱 마켓 법안(The Open App Markets Act)’을 발의한 의원들의 반응을 전했다. 마샤 블랙번 미 상원의원(공화당)은 성명을 통해 “빅테크 기업의 앱 마켓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미국도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애플과 구글의 수익성 높은 사업 운영에 대한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선례가 됐다”고 보도했으며,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유럽연합(EU)도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사업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 중이며 미국에서는 구글의 독점적인 앱스토어 운영에 대해 게임업체인 에픽 게임즈가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개팅앱 ‘틴더’의 매치그룹이 성명을 내고 “한국 국회의 과감한 리더십이 공정한 앱 생태계를 위한 싸움에 기념비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