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DMB? 정부 지원 절실

고화질 DMB? 정부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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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백선하) 지상파 DMB로 생생한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을까? 도대체 언제쯤이면 화면 상단에 표시된 출전 국가명과 점수도 선명하게 보이고, 양팀 선수 등번호와 얼굴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화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조만간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파수 할당과 새로운 송수신 정합 표준 등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없이는 고화질 DMB 제공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 DMB 6개 방송사 협의체인 지상파DMB특별위원회(이하 지특위)는 고효율 비디오 코딩(HEVC) 기술을 적용한 고화질 DMB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HEVC는 최신 영상 압축 기술 중 하나로 주로 초고화질(UHD) 방송에 활용되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비디오 코덱으로 많은 데이터양을 효율적으로 줄여준다. 예를 들어 HEVC 개발 전에 사용되던 기존의 H.264 비디오 코덱이 1GB급 영화 한 편을 100배 압축해 10MB로 줄였다면, HEVC 비디오 코덱은 200배 압축해 5MB로 줄일 수 있다. 데이터양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상파 DMB에도 고화질의 영상 전송이 가능해진다.

엄민형 지특위 사무국장은 지상파 DMB 방송 시스템에 HEVC 기술을 적용해 고화질 이동방송이 가능하도록 KBS 기술연구소, 카이미디어, 옴니텔이 공동으로 순수 국산 기술을 개발했다며 고화질 DMB 시대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29일에는 경주시에서 열리는 봉황대 뮤직스퀘어 <봉화대의 여름연가>를 대상으로 실험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주 지역 주민이라면 일반 스마트폰에서 소출력 DMB’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시청할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고화질 DMB 서비스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던 지상파 DMB가 무료 방송 서비스라는 수익 구조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계속 내리막길을 걷자 업계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준비한 것이다.

지난 2011236억 원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던 지상파 DMB가 지난해에는 80억 원 수준의 광고 매출을 올리는데 그쳐 3년 사이 광고 매출이 약 3분의 1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상파 DMB의 매출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N-스크린 서비스의 등장과 저화질 문제였다면서 화질 부분이 점점 개선되고 있는 만큼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지상파 DMB 특유의 장점을 염두에 둔다면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의 조사 결과도 지상파 DMB의 잠재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때 지상파 DMB를 이용한다. 이는 곧 지상파 DMB가 플랫폼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서도 무료 보편적 플랫폼인 지상파 DMB를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 티빙이나 올레TV, POOQ() 등의 N-스크린 서비스는 모두 유료형 서비스라는 단점이 있지만 지상파 DMB는 이동통신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무료 보편의 서비스라면서 지상파 DMB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로 지상파 DMB가 재도약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청자들의 원하는 화질의 DMB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주파수 새로운 송수신 정합 표준 단말기 제조업체와의 기술적 문제 해결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지상파 DMB 송수신 정합 표준은 쿼터 비디오 그래픽스 어레이(QVGA, 320×240)’ 해상도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SD640×480 해상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무리 기술을 개발해 적용해도 송수신 정합 표준 자체가 320×240 화소에 묶여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HD1920×1080 해상도는커녕 SD급 화질도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송수신 정합 표준을 새롭게 제정하더라도 단말기에 탑재되는 코덱 등의 문제 때문에 제조업체와의 기술적인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지상파 DMB 관계자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공익적으로 쓰려면 그 중 일부를 이동통신용이 아닌 차세대 방송용으로 이용해 지상파 DMB를 재난 방송 등에 더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700MHz 대역 주파수 중 일부만 이용하더라도 LTE 통신망과 칩셋, 안테나 신호가 인접 주파수에서 통일되면서 단말기 경량화에도 도움이 되고, 중계망 구성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어 서비스 개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학계에서도 지상파 DMB는 일종의 무료 보편 서비스로 활용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일본에도 지상파 DMB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이를 참고한다면 지상파 DMB 시장이 다시 한 번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8년 동안 지속적으로 매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상파 DMB 시장이 그동안 고질적으로 지적되어 온 화질 문제 개선과 정치권의 지지 속에 다시 한 번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