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장만 반복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정부 입장 안 보여” ...

같은 주장만 반복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정부 입장 안 보여”
사실상 마지막 공청회 이제 공은 정부로

486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두고 사실상 마지막 공청회가 열렸지만 찬반 양측은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고 정부 당국도 명확한 정책 방향을 내놓지 않아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월 24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미래부가 마련한 2번째 공청회로 사실상 마지막 의견 수렴 단계인 만큼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물은 실망스러웠다. 마지막 의견 수렴 단계인 만큼 정부가 인수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언급하거나 적어도 정책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란 업계의 예측과 달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발표는 지금까지 논의된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KISDI는 제1세션과 제2세션으로 나눠 각각 ‘방송통신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 ‘방송의 공익성 및 유료방송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다. 제1세션 발제를 맡은 여재현 KISDI 통신실장은 이번 인수합병이 이동통신, 이동통신 및 알뜰폰, 초고속 인터넷, 유료방송, 결합상품에 의한 시장지배력 강화와 전이 등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력을 분석한 뒤 요금 인상, 서비스 품질, 통신 및 ICT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국제 경쟁력 및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발표했다. 이어 이종원 KISDI 방송제도그룹장은 제2세션 발제를 통해 이번 인수합병이 지역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어떤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또 유료방송 경쟁력과 콘텐츠 산업 발전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패널들은 학계, 시민사회단체, 업계, 관련 협회 등으로 다양했지만 그들 역시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먼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전성훈 서강대 교수,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은 “이번 인수합병은 방통 융합이라는 추세에 맞춰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특히 최성진 서울과기대 교수는 “최근 케이블 업계에서 수익 배분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를 미루어볼 때 콘텐츠 사용료는 계속 오르고 있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CJ헬로비전이 수익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매각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 외엔 돌파구가 없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 역시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쪽의 의견을 모아보면 결국 현상 유지를 하자는 것”이라며 “최근 몇 년 동안 인터넷TV(IPTV)에 가입자를 빼앗기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 박추환 영남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조성동 방송협회 연구위원 등은 최성진 교수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케이블을 마치 지금 사라져야 하는 존재로 이야기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소고기 값이 조금 떨어졌다고 일 잘하는 소를 트랙터 공장에 팔아넘기려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KT 관계자도 “결국 투자와 경쟁으로 살아남겠다는 게 아니라 인수합병으로 손쉽게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라며 반대 측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방송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견도 또 엇갈렸다. 이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합병 법인은 케이블과 IPTV 서비스를 지금과 같이 그대로 진행할 것이고 고용 승계 역시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반대 측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 최영묵 교수는 “‘1+1=1’이 되는데 어떻게 일자리가 늘어나느냐”며 의문을 표했고, 조성동 연구위원 역시 “하청업체를 비롯해 정규직 외에 비정규직도 엄청 많은데 분명 이 부분에 대한 문제도 생길 것”이라며 “오랜 기간 숙고한 뒤 인수합병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줄곧 인수합병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최성진 교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합병 법인이 콘텐츠 투자 등으로 방송 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공감하며 “SK텔레콤과 브로드밴드가 그동안 보여준 행태를 보면 투자를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방송법이 확정된 이후 인수합병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왔다. 최영묵 교수는 “현재 국회에서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원칙으로 통합방송법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별다른 하자가 없다’는 주장은 적합하지 않다”며 “입법 후 법에 입각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동 연구위원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단기간이 아니라 1년 이상 길게 보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결정한다면 미래부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또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도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반대 측에서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공청회를 끝으로 미래부의 공식 의견 수렴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미래부를 비롯한 정책 당국이 4월 1일로 예정된 인수합병일에 맞춰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할 지는 미지수다. 앞서 여러 차례 이번 인수합병 인허가 심사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그동안 미래부가 추진해온 정책 방향을 미루어 볼 때 승인 가능성은 높지만 일각에서는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는 만큼 쉽사리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