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미디어렙, 무너지는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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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TV조선, JTBC, 채널A의 미디어렙을 최종 허가했다. 하지만 종편특혜의 연장선상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방송 광고와 인터넷 광고의 경계파괴, 더 나아가 전체 광고판의 지각변동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고된다.

지금까지 종편은 직접광고영업을 통해 광고수익을 창출해 왔다. 3년의 유예기간동안 각 사의 광고부서가 영업을 하며 수익을 얻었던 셈이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유예기간은 종료되었다. 이제 종편도 엄연히 정식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수익 창출에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은 현재 존재하는 두 개의 미디어렙, 즉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미디어크리에이티브로의 편입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종편 스스로 기존 공영과 민영렙에 편입되면 투명성과 수익배분에 있어 상당한 불이익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 종편은 자체적인 광고부서를 가동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편은 일찌감치 11렙을 통한 미디어렙을 가동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으며, 이를 방통위가 최종 승인한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종편이 11렙으로 간다면 당초 미디어렙의 목적인 공정한 시장 구도 안착과 괴리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상 종편의 직접광고영업이 연장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종편의 11렙을 허용하지 말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미디어크리에이티브로의 편입을 유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편 11렙을 허용하며 공정거래를 위한 신고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종편의 11렙 결정 이면에는 사업자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특히 네이버의 온라인 광고 등을 맡고 있는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이 종편 3사 미디어렙에 자본금을 출자한 사실은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의 종편 미디어렙 출자 규모는 35억 원 수준이다. 종편 미디어렙 자본금 규모가 조선미디어렙(TV조선) 435천만 원, 미디어렙에이(채널A) 50억 원, 제이미디어렙(JTBC) 8017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율이다. 정확히 살피자면 제이미디어렙 16억 원(19.9%), 미디어렙에이 99천만 원(19.8%), 조선미디어렙 85천만 원(19.54%)이다.

그렇다면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의 종편 미디어렙 출자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2011년 포털 사이트 다음이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티브에 15억 원을 출자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사업 다각화의 측면에서 방송사의 미디어렙에 투자한 전례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 포털 사이트 다음은 미디어크리에이티브 출자를 통해 연간 수십억에 달하는 당기 순이익을 내고 있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측도 공식적으로 이러한 전례를 들어 종편의 미디어렙 출자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것에 중론이 쏠린다. 특히 각 종편이 각자의 미디어렙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풍족한 자본금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이 의욕적으로 움직인 것은(미디어렙 출자에 있어 네이버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일종의 화해 제스쳐라는 분석이다. 즉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의 출자가 과거 기사 유료화 및 연합뉴스 기사제휴와 관련된 종편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자 하는 시그널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기존 두 개의 미디어렙을 통해 성장하는 인터넷 광고와 하락세를 보이는 방송 광고의 경계를 허물고 종편에 자본금의 형태로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 방통위의 의지와, 방송 광고의 영역까지 커버리지에 두고 싶어하는 포털 사이트의 야심, 또 자본금을 충당하고자 하는 종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방통위는 기존 두 개의 미디어렙에 인터넷 광고 대행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이 출자한 종편 미디어렙은 방송 광고를 대행하던 두 개의 기존 미디어렙과 함께 인터넷 광고도 대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연스럽게 인터넷과 방송 광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셈이다. 당연히 기존 미디어렙에만 광고의 영역을 인정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수 있다. 또 네이버도 방통위가 추진하는 방침에 따라 종편과의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도 선행할 수 있는 사전 포석을 쌓음과 동시에 방송 광고의 가능성도 열었다. 물론 자본금을 확보한 종편은 더 할 나위가 없다.

한편 11렙으로 출범한 종편의 미디어렙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 민영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티브에 미치긴 힘들어도 어느 정도 유지는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광고와 방송 광고의 미래를 아우르는 치열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