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방송계 전망과 과제

[신년 특집] 2017년 방송계 전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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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우는 소리와 함께 어둠이 끝나고 여명이 밝아오길

2016년은 혼돈(混沌)과 미완(未完)의 해였다. 방송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어울리는 해가 또 있을까 싶은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5년부터 방송계를 뒤흔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불발되면서 케이블을 비롯한 유료방송 업계는 다시 한 번 휘청거렸고, 전 세계 60여 개국 6,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유료 미디어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은 예상과 달리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쳐 업계 관계자들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하던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은 북미식 ATSC 3.0으로 표준이 정해지면서 본방송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고, 언론 자유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5인 미만 강제 폐간’의 내용을 담은 신문법 시행령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방송계 안팎에서 거론되던 수많은 과제들이 해결된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상 매듭짓지 못한 문제가 더 많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으로 확산되면서 언론도 공범이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비롯한 방송법 개정안은 또다시 안갯속에 빠졌으며, KBS와 MBC 내부 구성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영진을 향해 ‘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고군분투(孤軍奮鬪) 하고 있다. 몇 년간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는 수신료 현실화와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도 올 한 해 주요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불발로 잠시 주춤했던 이동통신사의 케이블 인수전도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는 2월로 예정됐던 지상파 UHD 본방송은 기술적인 불완전함과 수신 부분의 문제로 연기될 것으로 보이며 지상파 UHD 방송을 둘러싼 특별법 제정 논란도 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 분쟁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재송신료(CPS)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업계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어 이를 둘러싼 분쟁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슈들이 논쟁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올해 방송계 이슈를 간략하게 짚어보고, 각각의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살펴보고자 한다.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통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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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0명은 7월 21일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4개 법안에 대한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0여 명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늘리고, 사장 선임 시 사장추천위원회 설치‧재적 이사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 5명과 종사자 5명 동수로 편성위원회 구성, 편성위원회에서 편성책임자 임명 제청 등 그동안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제안된 방안 중 최소한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 공동 발의됐을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등 KBS와 MBC 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11월 중순 여당 소속 의원들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었다. 이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만 빼고 이야기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며 신상진 미방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자 결국 미방위 여야 간사는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등 현재 계류돼 있는 109개 법안을 1월 중 법안소위에 일괄 회부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의 만남으로 기대를 걸었던 개혁보수신당은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법안소위에 회부되더라도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법안소위를 통과하더라도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개혁보수신당이 반대 입장을 표한 만큼 공영방송 정상화를 향한 발걸음은 당분간 무거울 수밖에 없게 됐다.

–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 연기…과연 몇 월로? UHD 특별법 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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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KOREA가 2016년 11월 25일부터 12월 5일까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20세~만69세 성인 남녀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안테나 내장형 UHD TV를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한) 정합성 테스트 등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1월 5일 업무 보고 기자 브리핑 자리에서 “KBS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정부 허가증을 받아야 장비를 발주할 수 있는데 이제야 허가증이 나왔다”며 “UHD 방송을 위해선 장비 발주 후 정합성 테스트도 거쳐야 하는데 현 상황으로는 2월에 원활한 방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비롯한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그동안 ‘2월 지상파 UHD 본방송’이 어렵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각 방송사별로 카메라, 편집시설 등 최소한의 시설로 준비 중이고, 장비는 시장 미성숙으로 대부분이 프로토 타입 수준”이라고 말했다. 송신 시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 ATSC 3.0 표준 확정이 지연되면서 관련 제품 출시 시기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 수신 문제, 내장 안테나 장착 문제, 콘텐츠 제작 관련 재원 확보 문제 등 기술적 부분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본방송을 보름 정도 남겨 놓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처리된 게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셋톱박스 비용, 내장 안테나 장착 등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고, 정부도 UHD 특별법 제정 등 UHD 방송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 방통위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 시사?
중간 광고를 바라보는 시청자와 학계의 시각이 매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90% 정도가 중간 광고를 반대했다면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최소 30%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중간 광고를 찬성하고 있다. 특히 시청자들은 중간 광고의 수익이 어린이나 교양,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공익적인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진다면 광고로 발행하는 시청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물론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도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보면 중간 광고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유료방송 등의 칸막이 규제가 무의미한 시대가 왔다며 지상파에만 가해진 규제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상파의 영향력이 예년 같지 않고 해마다 그 영향력이 감소해 별 차이가 없는 만큼 지상파에만 가해지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도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여 최근 중간 광고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통위는 1월 5일 ‘2017년 주요 업무 계획’을 발표하면서 “광고총량제 이후 방송 광고 시장을 분석하고 시청자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종합해 중간 광고를 포함한 광고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광고총량제의 효과가 미미한 만큼 올해는 중간 광고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방통위의 이 같은 발언에 종편의 모기업인 주요 신문사들은 “방통위가 지상파 퍼주기식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의 영향력 변화 추이를 본다면 이들의 주장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임을 알 수 있다.

– 수신료 현실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방송 화면 캡처
ⓒ방송 화면 캡처

지난해 공영방송의 보도 논란이 일면서 잠시 주춤했던 수신료 현실화가 올해는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책정된 2,500원이라는 수신료가 3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영국의 BBC는 1981년 이후 24차례나 수신료를 인상해 현재 24만 6,000원으로 우리나라(3만 원)의 8.2배에 달한다. 국민소득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격차다. 이 때문에 지난 10여 년 간 수신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KBS와 EBS를 비롯해 수신료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는 진영은 매체 환경이 급변할수록 공공 서비스를 안정화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진정한 의미에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료를 현실화해 공영방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진영은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 정상화, 수신료산정위원회 등 독립 기구 설치, 수신료에 대한 투명한 회계 관리 등이 선행돼야 수신료 현실화를 할 수 있다며 ‘선(先) 수신료 현실화’에 반대하고 있다. 올해도 이처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의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 통과된다면 이전보다는 수신료 현실화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종편 재승인 앞두고 특혜 회수 목소리 커져
4종편의 방송 승인 유효 기간이 대부분 올해 3월 만료됨에 따라 종편에게 주어진 특혜를 환수하고, 투명하고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해 확정한 종편의 심사기준은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 평가(400점)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210점)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190점) △경영‧재정‧기술적 능력(100점) △방송 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100점) △기타 사업 수행에 필요한 사항 등 6개 심사사항 14개 항목이다. 지난 2014년 첫 심사 때 9개 심사사항 17개 항목에서 정비된 안이다. 총점 1000점 가운데 650점을 넘겨야 하고, 이를 확보한 사업자도 공적 책임과 공익성 항목에서 50%를 넘겨야 한다.

관련 업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현재 종편의 사회적 영향력, 시청률, 매출 등을 고려할 때, 1사1렙 등 기존에 주었던 특혜를 회수함과 동시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MBN 미디어렙 광고 영업 일지 공개로 종편의 탈법‧불법적 광고 영업 행태가 드러난 만큼 미디어렙 체제는 손을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물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무늬에 불과한 심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손익분기점도 넘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영향력도 지상파 못지않게 증대된 만큼 이번에는 성장한 종편에 걸맞은 심사가 진행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아 방통위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꺼지지 않은 M&A 불씨…거대 미디어 기업 나오나
5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케이블 인수전도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불허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M&A가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제8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유료방송 사업자 간 소유․겸영 규제를 일원화하고,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에서도 M&A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올 한 해 미디어 업계의 M&A가 다시 불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M&A를 추진했던 SK텔레콤과 통합방송법 통과 이후 M&A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LG유플러스가 케이블 인수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새 수장 자리에 오른 박정호 사장은 한국이동통신 인수,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 등 SK그룹의 굵직한 인수 거래를 주도한 대표적인 M&A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SK텔레콤 수장으로 왔다는 것은 SK텔레콤이 M&A를 적극 추진할 것이란 뜻”이라며 “올 한 해 SK텔레콤은 M&A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미 지난 가을 케이블 M&A를 비롯한 신사업 투자 계획을 밝혔다. 권 부회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에서 IPTV 사업자가 케이블 업체를 인수할 근거가 마련된다면 M&A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통합방송법 제정 후 미래부, 방통위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공정하고 적법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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