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수신율이 낮다고요? ...

[기획] 직접수신율이 낮다고요?
“그래도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환경 구축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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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모씨(38)는 최근 유료방송을 끊고 직접 수신으로 TV를 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유료방송 채널이 너무 많아 아이들이 TV 리모컨에서 손을 떼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프로그램이 많다”며 “자극적인 프로그램에 노출되지 않게 하려고 직접 수신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지난해부터 시작된 EBS2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어‧영어‧사회 등 각 과목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초등학생 스스로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고, 아침‧저녁으로 편성된 영어나 인문학 프로그램은 사교육에 버금가는 효과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처럼 직접 수신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이 한둘이 아니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아파트에서 직접 수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공시청 설비가 훼손됐는데 직접 수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EBS2 방송 이후에는 더 많은 학부모들이 직접 수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취약 계층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던 직접 수신이 이제는 시청자들의 선택 사항 중 하나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유료방송을 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은 있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또는 또 다른 이유로 직접 수신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여전히 ‘직접 수신’이라는 단어를 어려워한다. 뿐만 아니라 직접 수신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못 한다는 응답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방송기술저널은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직접 수신을 확대해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직접수신율 하락?…가장 큰 원인은 ‘실패한 디지털 전환 정책’
디지털 전환 이전인 2007년 직접수신율은 21.4%다. 5명 중 1명은 직접 수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 비율은 10명 중 1명꼴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DTV KOREA 등의 조사 결과로 미루어볼 때 직수율은 10% 안팎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전환 이후 직수율 하락은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다.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앞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 대부분의 국가는 디지털 전환 이후 직수율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만 직수율 하락이라는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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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디지털 전환 정책에 있다. 먼저 정부는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급급한 나머지 디지털 전환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겼다. 디지털 방송 수신기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화면의 100%를 가리는 상시 가상 종료는 수시로 반복됐다. 때를 맞춰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유료방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TV를 볼 수 없다. 지금 가입하면 할인해주겠다”는 식의 영업을 시작했다. 직접 수신 가구마저 유료방송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진행된 것이다.

고화질에만 집중된 디지털 전환 정책도 문제다.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고화질 자체를 기초 서비스의 업그레이드라고 보지 않는다. 다채널을 기초 서비스 업그레이드의 기반으로 보고 고화질을 추가적으로 뒷받침해 나갔다”며 우리나라 디지털 전환 정책의 방향 자체가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HD로의 전환에만 집중한 나머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혜택 예를 들면 다채널이나 양방향 서비스를 놓쳐 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학계 전문가들은 ‘반쪽짜리 디지털 전환’이라며 “디지털 전환과 동시에 직접 수신 환경 개선, 다채널 서비스 도입, 뉴미디어 플랫폼으로의 변화 등이 수반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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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환경 개선 최우선 과제”
하지만 이미 디지털 전환은 완료됐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는 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직접 수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수신 환경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팀장은 ‘한국 방송의 공공 서비스 플랫폼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 자리에서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주택 가운데 아파트의 비중은 50%고,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까지 포함하는 공동주택은 60%”라며 “시청자들의 거주 형태를 고려해 공동주택의 공시청 설비 점검 및 유지 보수, 관리에 대한 법제화 등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청 설비란 공동주택에서 각 세대별로 안테나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도 지상파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설치된 공동 수신 설비를 말한다. 관련법령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방송 시설로 안테나, 신호 증폭기, 케이블 등으로 구성되며 유료방송인 케이블 방송의 수신 계통과는 분리된 설비다.

지난 2004년 법 개정에 따라 2004년 이후에 건축된 아파트의 경우 지상파방송과 케이블 방송의 분리배선을 의무화했지만 2004년 이전에 건축된 아파트의 경우 케이블 방송사들에 의해 대부분의 공시청 시설이 훼손된 상태다. 공동주택의 경우 아파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직접 수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직접 수신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팀장은 “방송법이나 주택법 상에 구체적인 관련 조항들을 신설하거나 관리 주체를 명기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관련법 개정이 시간이 걸릴 것에 대비해 지자체별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에 별도 조항 신설 등으로 공시청 시설 복구, 관리를 한시라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청 설비 관리와 함께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는 ‘지상파 통합 서비스 지원 센터’다. 쉽게 지상파 AS 센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학계 전문가는 “유료방송 대비 지상파 수신 업무의 유지‧보수 관리 시스템과 조직력이 부족하다”며 “UHD 전환도 앞두고 있는 만큼 수신 환경 개선 등 전반적인 업무를 관리할 주체가 따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료 보편적 플랫폼인 지상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통합 서비스 지원 센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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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널, 시청자 복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다채널 방송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앞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모씨는 직접 수신의 단점으로 채널 부족을 지적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채널들이 없어서 직접 수신이 좋다고 했던 그가 채널 부족을 단점으로 지적한 것은 의외였다. 김씨는 “교육용으로 알맞은 지상파 채널만 나오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그동안 유료방송을 통해 못 봤던 프로그램을 재방송으로 많이 봤었는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쉽다”면서 “둘 중 하나만 택하라고 한다면 직접 수신을 택하겠지만 (재방송이)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다채널 방송은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의 반대로 아직까지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낮은 직수율 △콘텐츠 및 재원 확보 방안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 등의 이유를 들어 지상파 다채널을 반대하고 있다.

‘지상파 다채널 방송 도입의 쟁점과 전망’에 발제자로 나섰던 김관규 동국대 교수는 “방통위가 공식적으로 인용하는 비율은 6.7%(114만 가구)이지만 실제는 그보다 낮을 것”이라며 “이미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가 재송신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우리 방송 환경을 고려할 때 다채널로 직접 수신 가구가 눈에 띄게 상승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다채널 방송으로 직수율 상승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니 애초에 시작하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다채널 방송의 가장 큰 정책적 목표는 무료 보편적 다채널 서비스 제공이다. 물론 직수율 상승도 그중 하나지만 직접 수신 가구 증가 자체가 다채널 방송의 일차원적인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록 직수율은 낮지만 직접 수신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 항목을 늘려주는 것이 직접 수신 그리고 다채널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사인 BBC는 1936년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한 이후 BBC1과 BBC2를 보유하면서 BBC3, BBC4 등으로 채널을 확장했다. 디지털 전문 채널로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BBC3, 기존 공영방송의 핵심 영역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교양 채널 BBC4, 청소년 대상 CBBC, 유아 대상 CBeebies,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BBC 뉴스24, 그리고 의회의 모든 것을 중계하는 BBC Parliament 등의 채널을 갖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채널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 다양한 목소리 반영이 지상파 다채널 방송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일각에선 지상파 방송사가 다채널 방송을 하더라도 채울 콘텐츠가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열린 다채널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선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지상파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보면 지상파 프로그램 재방, 삼방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다채널 방송을 허용하더라도 재방, 삼방 형식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재방송도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씨는 “유료방송 채널 중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이 지상파 재방송 채널”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만큼 재방송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는 것이다. 지상파 다채널 방송 중 일부가 재방송으로 편성되는 것 자체가 유료방송의 다채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유료로 주문형 비디오(VOD)를 자주 이용한다는 백모씨(30) 역시 “VOD를 통한 다시보기가 새로운 시청 형태로 뜨고 있는 가운데 1주일 이내 방송됐던 프로그램을 다채널을 통해 다시 내보내는 것도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 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다채널이 시청자 복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종합편성채널의 지난 4년간 광고 매출은 211%, 협찬 매출은 3,121% 증가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도 마찬가지다. ‘2014년 회계연도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CJ 계열의 광고 매출은 341%나 증가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매출은 지난 10년 동안 22% 하락했다. 이제 더 이상 지상파 독과점 시장이 아닌 것이다. 지상파 다채널 방송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에서 걱정할 정도로 광고가 몰리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이제는 돈을 내고 방송을 보는 게 일반적인 시대가 됐다. 하지만 따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누구나 안테나만 달면 지상파방송을 볼 수 있다. 지상파방송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보편적’ 화질을 통해 ‘보편적인’ 콘텐츠를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직수율이 낮아서’, ‘콘텐츠가 적어서’ 등과 같은 이유로 직접 수신 환경 구축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 과정에는 주체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수반돼야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공시청 설비 관련 법‧제도적 개정 △지상파 통합 서비스 지원 센터 구축 △다채널 방송의 조속한 시행 등을 그 방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신 환경 개선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언제 어디서나 안테나만으로 방송을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국민들의 매체 선택권, 정보 접근권이 보다 확대될 것이다.

이번 호(227호)에 이어 다음 호(228호)에서는 직접 수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지 실제 체험 사례를 들어 안내하는 기획이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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