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광고산업 활성화 전문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방통위 의결에 따라, ‘방송광고산업 활성화 전문위원회’는 한국방송협회 추천 2인, 유료방송 추천 2인, 한국케이블방송협회 추천 1인, 한국정보통신연구원 추천 1인, 방송통신위원회 추천 2인(법률·광고 전문가) 총8인으로 구성하게 됐다. 당초 한국방송협회 등 지상파 측에서 전문위원회 구성이 ‘유료 방송 편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한 차례 의결 보류됐지만, 원안대로 통과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관련 종편 사업자 등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10월 중 마무리되는 한국정보통신연구원(KISDI)의 지상파 광고총량제 효과 분석에 대한 보고서에 대해 검토를 맡긴다는 계획이며, 이를 바탕으로 11월 내 지상파 광고총량제에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방통위는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 23조에 따라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발위)’를 설치하고 운영 중에 있다(필자는 본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균발위의 주요 임무는 △방송 광고 균형 발전 기본 계획 심의 △지역․중소 지상파방송 사업자 지원 이행실적 평가 △방송 광고 매출 배분 분쟁 조정 △방송 광고 균형 발전을 위한 지원 사업의 성과 심의 △그 밖에 방송 광고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 심의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에 따라 균발위는 2014년 4월 지상파방송의 광고총량제와 중간 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방통위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과는 관계없이 또 다른 광고 전문가 위원회를 설치해 광고 정책을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미 광고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법적인 근거를 갖는 전문가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첩되는 영역을 또 다른 전문가들이 논의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니 말이다. 물론 미디어렙법에 따라 균발위는 전국 네트워크 지상파와 중소 지상파 등 지상파 방송사의 추천위원이 일정 부분 구성되어 있고, 유료 방송 추천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광고정책을 논의하는데 있어 유료 방송의 상황을 배제할 수도 없으며, 그렇게 하지도 않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실제 균발위에서는 지상파방송의 광고총량제와 중간 광고 허용을 건의하면서, 유료 방송의 광고 규제 완화도 함께 건의했다. 정말 유료 방송 추천 몫이 필요하다면, 균발위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타당하다. 그렇지 않고 또 다른 위원회를 설치하여 각각의 논의를 수행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의 낭비뿐만 아니라 논의 구조를 옥상옥으로 만들어 정책에 혼선을 줄 뿐이다.
결국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광고총량제와 중간 광고에 대한 유료 방송의 압박에 방통위가 굴복하여 유료 방송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러한 의혹은 최근 한 언론보도에서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이 언론보도에 따르면, 방통위가 8월 4일 <제3기 방통위 비전 및 주요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광고총량제’ 도입과 관련해 “올해(2014년) 내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방통위원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도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편사업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신문을 통해 방통위 흔들기에 나섰고, 종편사업자들이 방통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웠다는 말까지 흘러나왔으며, 그 과정을 통해 사실상 지상파 광고총량제 ‘연내’ 도입이 무산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방통위는 정책기관, 규제기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700MHz 대역에 대한 미래부의 일방적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적 목소리 하나 내질 못하고 있지 않은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조에서 밝힌 방통위의 설치 목적은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2조에서는 방통위가 ‘이용자의 복지 및 보편적 서비스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방통위의 행보는 방통위의 이념과 철학이 되어야 할 ‘공공성’, ‘공공복리’, ‘보편적 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특정사업자와 미래부에게도 밀리고 치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