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출구전략 시동

[분석] ‘와이브로’ 출구전략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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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퇴출 위기에 놓였던 ‘와이브로’의 출구전략을 내놓았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개한 ‘와이브로 정책방향(안)’에 따르면, 현재 2.3GHz 대역에서 제공 중인 기존 와이브로 서비스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미할당된 2.5GHz 대역 40MHz 폭 주파수에 대해선 신규 사업자가 와이브로와 LTE-TDD(롱텀에볼루션 시분할)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와이브로는 2000년대 초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개발한 토종 기술로, 이동 중에도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무선인터넷 기술이다. 와이브로가 처음 나왔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LTE 기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고, 정부도 순수 국내 기술이라는 기대 속에서 국책사업으로 와이브로를 지원했지만 뒤늦게 기술개발이 이뤄진 LTE 기술이 와이브로에 비해 투자금액 대비 효율이 높다고 밝혀지면서 너도나도 LTE 기술로 갈아타게 된 것이다. 결국 4세대 이동통신 표준기술을 놓고 통신 사업자들이 LTE를 선택함에 따라 와이브로는 일종의 ‘사망선고’를 받게 됐다.  

반면 LTE-TDD 기술은 이동통신 국제표준화 단체인 3GPP가 표준화한 시분할 방식 국제 표준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표준화 작업을 통해 구현된 국제 표준화 기술이다. LTE가 주파수 분할 방식인 것과 달리 시간 분할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어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동시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7월 현재 전 세계 59개 사업자가 LTE-TDD 서비스를 제공 중이거나 도입을 진행하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KT와 삼성전자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와이브로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되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진 만큼 와이브로 기술은 이제 사양길에 들어섰다”면서 “세계 최대 와이브로 사업자들도 이미 LTE로 전환한 만큼 우리나라 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래부는 지난 5월부터 학계‧연구기관 등 관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담반을 구성해 와이브로 정책방향(안) 마련에 나섰고, 전담반의 최종 결과물이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미래부의 와이브로 정책방향(안)에 따르면, 우선 2.3GHz 주파수 대역에서 현재 제공 중인 와이브로 서비스는 유지된다. 전파법은 주파수 할당 시 용도와 기술방식을 특정해 공고, 엄격한 이용을 위해 변경절차를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LTE-TDD로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7월 현재 103만 명 가입자에 대한 충분한 이용자 보호대책을 마련한 후 주파수 회수를 공식적으로 요청할 경우 주파수 회수 및 활용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다면서 전환의 여지는 남겨뒀다.  

이번 정책방향(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할당된 2.5GHz 대역 40MHz 폭이다. 미래부는 신규사업자가 와이브로와 LTE-TDD 기술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올해 말 발표예정인 ‘모바일 광개토플랜 2.0’에 반영할 예정이다. 2.5GHz 대역과 함께 미할당된 2.3GHz 대역 30MHz 폭에 대해선 기존사업자의 주파수 회수 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에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와이브로가 현재 국방 분야 등 특수목적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필요시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재난안전망 기술방식으로 와이브로가 선정될 경우 기술구현 및 망 구축 지원 등을 통해 공공분야 성공사례 창출 및 해외진출을 지원키로 했다.

미래부는 이외에도 TDD 핵심기술 연구 지원, 차세대 TDD 장비 및 단말 개발, 응용 서비스 모델 발굴 등을 통해 올해 말까지 TDD 통신산업 종합 발전 계획을 수립한 뒤 중견‧중소 기업이 포함된 국내 TDD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통신과 제조업체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미래부의 정책 방향 전환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들어 와이브로를 LTE-TDD 쪽으로 바꿨으면 하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던 삼성전자 쪽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삼성전자 등이 본격적으로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있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미래부의 정책적 변화가 놀랍지는 않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편 미래부는 13일 오후 2시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관련 업계의 마지막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정책자문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와이브로 정책방향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